너를 잃어버리고
내 어린 하늘은 자주 무너졌다
온 식구가 찾아 나서고
온 마을이 찾아 나서던 너는
어두운 숲 가운데 묵상으로 서 있거나
낯선 집 외양간에 매여 우렁우렁 울거나
억수장마 흐드러진 저녁
스스로 고삐를 끌며 산을 넘고
등 굽은 들길 혼자 오래 걸어
지쳐 잠든 사람들의 한숨 속으로
돌아오곤 했다
시간에 밀리고 시절에 밀쳐져
더러 잊혀지고 지워진
네 우직한 걸음, 발자국
어느 혼곤한 새벽 등걸잠을 깨우며
뚜벅뚜벅 걸어 내게로 온다
어제 잠시 길을 잃고 헤메다
지금 돌아온다는 듯 무심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한 눈
쩔렁쩔렁 선명한 워낭소리로
김형술 ‘워낭소리’ 전문
지금이야 갖가지 농기구가 발달했지만 과거의 농촌에서는 소의 비중이 대단했다. 이러한 소를 잃어버렸을 때 식구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소를 잃어버린 가족들의 마음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하늘이 무너질 정도’였으며, ‘혼곤한 새벽 등걸잠’을 깨울 정도로 안타까웠음을. 그날 이후 영영 돌아오지 않던, 눈이 순했던 소는 또 하나의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일 수도 있겠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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