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조정 통보‘악역’간부들, 장기간 스트레스성 질환 시달려
10년 걸친 추적 조사에서 드러나
수면장애·궤양·심장질환 등 호소
감정적 고통 수년간 지속되기도
16개월 전 경기 침체가 시작된 이후 약 300만명의 미국인이 직장에서 감원을 당했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모든 경우 누군가 감원을 결정하고 누군가는 이 나쁜 소식을 전달해야 한다. 감원 대상자들의 감정적인 동요는 이혼이나 가족의 죽음을 당했을 때에 비견할 만하다. 그러니 감원 을 통보하는 사람들은 충격을 받은 종업원들로부터 그리 동정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감원을 시행하는 간부들 역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그리고 심장 문제 등으로 고통 받는 것으로 10년에 걸친 연구에서 밝혀졌다. 경제가 곤두박질 친 이후 감원에 관여한 매니저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면 장애와 같은 스트레스 관련 증상을 호소했다고 미국에서 가장 큰 종업원 지원 정신건강 프로그램인 시카고 소재 ‘콤사이크’의 리처드 샤이페츠 회장을 말한다.
감원에 관여한 대기업의 매니저들은 감원 시행 후 3년에 이르기까지 다른 중역들보다 수면 장애, 궤양, 두통, 그리고 심지어 심장 문제를 보이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워싱턴 주 타코마에 소재한 푸젯사운드 대학 사회학자인 리온 그룬버그는 밝혔다.
또 직업 스트레스와 우울증 역시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그룬버그는 지난 2006년까지 410명의 매니저들을 10년에 걸쳐 추적 한 장기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인터뷰에서 매니저들은 감원을 고통스럽고 사람을 황폐화시키는 일이라 묘사했다.
그룬버그의 연구에서 매니저들 대부분은 감원 6년 이내에 감정적인 건강을 회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다른 매니저들에 비해 궤양과 심장문제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에 취약하다고 그룬버그는 밝혔다. 그는 “회사에 대한 이들의 이미지가 바뀌는 것 같다”며 실연과 비슷한 감정으로 비유했다.
감원의 최전선에 서 있는 베터런들은 경험이 쌓이면 이 일이 조금 더 수월해 진다고 말한다. 올 54세인 일레인 패터슨은 캘리포니아 ‘유니언 오일’에서 일하면서 지난 25년간 수십 명의 직원들에게 감원을 통보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감원을 통보할 때 어떻게 상처를 가장 덜 주는 방법으로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수백 명의 매니저들에게 코치를 해 왔다.
패터슨은 “초창기에는 젊었고 감정적이어서 힘들었다”며 “시간이 흘렀다고 마음속의 불편함이나 가라앉는 기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개인적 감정이 아닌 일로 다루면서 점차 나아진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것이 종업원의 행동과 관계된 것은 아니며 잘리는 것은 일자리 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패터슨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종업원이 대단히 감정적이 되거나 분노하는 경우였다. 하지만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감원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패터슨의 설명이다.
하지만 감원이 있으리라는 아무런 조짐이 없다가 통보를 받을 경우 종업원의 반응은 거칠다. “울음과 충격의 표현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어떤 직원들은 믿으려 들지 않고 긴 침묵이 흐르기도 한다”고 인디애나 주의 M.T. 레이는 들려준다. 레이는 지난 가을 인디애나 주 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불시 감원을 결정하는 일에 관여했다.
그녀는 감원이 시행되기 수주 전 누가 잘리게 될지를 미리 알게 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복도를 걸어가며 그들을 만났을 때 아무 일도 없는 듯 인사를 해야 했다”며 “잠을 잘 잘 수 없었다”고 당시의 고통을 떠올렸다. 더구나 그들 중 일부는 레이가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그녀를 더 힘들게 했다.
샌 앤토니오의 앨리셔 사네라(39)도 직원들을 감원해야 했다. 그녀는 “그들 중 일부는 나랑 오래 같이 일해 온 사람들 이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고통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강한 척 해야 했다. 하지만 나도 많이 울었다.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내 사무실로 돌아와 문을 잠근 후 블라인드를 내리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사네라는 이 후 독립해 휴먼 리소스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수주 동안 가라앉은 듯한 느낌과 죄의식에 시달렸다. 한동안 나아지더니 몇 달 후 감원된 직원들이 전화를 걸어 보험 등 베니핏 관련 문제들에 대해 좌절감과 분노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화가 잔뜩 난 사람들이 감원에 대해 우리를 비난하면서 고통스런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고 사네라는 말했다.
감원이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를 보존시켜 주는데 필요하다는 생각이 감원 통보의 고통을 조금 경감시켜 줬다고 플로리다 보니타 스프링스의 ‘선샤인 에이스 하드웨어 스토어‘의 인사담당자인 로라 로드(42)는 말했다. “통보 순간까지 가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복통이 극심했던 적이 많았으며 전날 밤에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지난해 이 스토어에 온지 얼마 안 돼 직원들을 감원했을 때는 전 스토어에서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잘 모르는 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알게 된 지금은 감원이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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