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얼굴을 내민 고현정(38)은 지금까지 알려진 ‘신비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다른 배우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고 있는데도 과감하게 끼어들어서 농담했고, 터지는 웃음을 이기지 못해 몇 차례 탁자 위에 고개를 파묻기도 했다.
14일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MBC TV ‘선덕여왕’(극본 김영현ㆍ박상연, 연출 박홍균ㆍ김근홍) 제작발표회장에서 보여준 고현정의 모습이다. 고현정은 털털하다 못해 산만하게 여겨질 정도의 이런 여유를 통해 오히려 프로로서의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듯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자리를 이요원에게 내 줬다. 데뷔 이후 ‘모래시계’, ‘봄날’ 등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아 온 그로서는 상당히 큰 결단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제작발표회장에서 보인 고현정의 다소 풀어진 모습은 이제 주인공 자리와는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로까지 여겨졌다. 실제로 그는 이날 공개된 드라마의 일부 영상에서 주변 배우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있는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우리 드라마는 신라 선덕여왕이 타이틀롤입니다. 선덕여왕이 어려서부터 여러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일대기를 다루게 되지요. 저는 저쪽(이요원)으로 시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애를 쓸 겁니다. 이요원에게 도전하는 고현정의 처절한 모습을 보시게 될 거예요.(웃음)
그는 이어 내가 선덕여왕 역을 직접 맡기에는 나이 등 여러 가지가 맞지 않았다며 이 역을 정말 잘할 수 있고, 이 역에 가장 잘 맞는 최대공약수를 찾는 게 더 중요했다. 젊은 시절부터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여왕이 되는 과정을 그리기에는 나보다 이요원 씨가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고현정이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자리까지 포기하면서 맡은 배역은 후궁 미실이다. 뛰어난 미모와 정치적 야심을 바탕으로 진흥왕, 동륜태자, 진지왕, 진평왕 등과 몸을 섞으며 엄청난 권력을 휘두른다.
미실은 매력있는 배역입니다. 어찌 됐건 이 여자는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왕이 될 수 있었던 여자이니까요. 모든 것을 동원해 황후의 자리에 한 번 올라가 보겠다며 처절하게 노력합니다. 굉장히 노력했지만 선덕여왕이라는 인물에게 가려지고 나중에는 남편이 많았고 여러 왕을 섬겼다는 사실만 회자되는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이 인물을 통해 인간이 가진 양면성과 고독 등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그로서는 이번 드라마가 데뷔 후 첫 사극이다. 또 극 중 여러 남자들과 염문을 뿌리는 ‘팜므파탈’ 연기도 소화하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다.
첫 사극인 만큼 거의 모든 신이 힘들어요. 집중해서 잘 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실은 남자가 아니라 야망에 더 관심이 있는 인물입니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재미를 느껴요. 기존에 제가 했던 연기에 일정한 리듬의 박자가 있었다면 그것을 깨면서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성격에서 미실과 비슷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고현정은 성격적인 부분에서 비슷한 점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악한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다시 웃음 지었다.
30세부터 70세까지 폭넓은 연령을 소화하는 점에 대해서는 분장팀이 잘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고, 드라마에 픽션이 어느 정도 가미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배우가 픽션과 논픽션을 인지하는 것은 드라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사실만 쓰겠느냐. 픽션이 있겠지만 그냥 봐 달라고 털털하게 대답했다.
(경주=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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