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덧대어 만든 커다란 소금 창고는 기울어져 있었다 평생을 물에서 오신 소금을 모신 곳이었으니 여전히 물이 들어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물이 들어와 있을 때보다 썰물 때가 더 기울어져 있었다
내게 남은 것은 그대가 남기고 간 한 줌 소금 같은 그리움이니!
베인 상처에 갯물이 들 때처럼 마음 안이 쓰리고
그대 떠나고 나도 그대 쪽으로 기울어졌다
해가 질 것이고 바다 바람에 나는 낡아갈 것이다
조금 더 기울어질 것이다
이대흠(1968~) ‘곰소에서’ 전문
낡은 소금창고가 그림처럼 떠오른다. 희끗희끗하게 간기로 얼룩진, 나무판자를 덧댄 창고 하나가 기우뚱하니 서있는 모습. 사람으로 치자면 더 이상은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쓸쓸하게 서있는 모습이다. ‘그대가 남기고 간 것’이라고는 한 줌 소금에 불과한 그리움이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이 즉 소금창고다. 상처에 갯물이 들 때처럼 쓰라린 기억이지만 물길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마음. 고통스럽게 낡아가는 소금창고와 그의 내면이 같음을 노래하고 있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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