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 새로 오픈
워싱턴에 30개 매장
일부서 “과열” 우려
한인 식품소매점 업계의 영토 확장 전쟁이 한창이다. 유례없는 불경기 속에서도 대형 수퍼마켓들은 새로운 점포를 잇달아 열며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워싱턴 지역에 새로 문을 연 점포수는 모두 6개. 지난해 연말 H 마트 게이더스버그점이 문을 연데 이어 연초에는 글렌버니 지역에 올그린 마켓이 첫선을 보였다. 3월에는 롯데 샌틸리 점에다 신생업체인 수퍼 Q 마트의 우드브릿지점과 매나세스점도 차례로 들어섰다. 스카이마트도 매나세스에 첫 둥지를 틀었다.
현재 워싱턴 지역에 한인이 운영하는 대형 수퍼마켓은 약 30개. 최근 몇 년 동안 한 달이 멀다 하고 새 점포가 생겨나다보니 이름 외우기 힘들다는 푸념이 새어나올 정도다.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진 업체는 그랜드마트(대표 강민식). 지난해 오픈한 로럴점 등 모두 7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다음은 H마트(대표 권일연) 6개에 이어 롯데플라자(대표 이승길)가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 뒤를 후레쉬 월드(대표 김철) 4개, 수퍼 Q마트(대표 이규영) 3개, 지구촌 마켓(대표 잔 김) 2개 등이다. 수퍼 이 마트는 화재로 일시 문을 닫은 상태.
미국 대형 수퍼마켓들이 매출부진으로 점포를 축소하는 등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인식품점만 개업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과열 생존경쟁’이라 진단한다.
식품업계의 베테랑인 모 씨는 “남들 보기에는 손쉽게 돈을 버는 비즈니스로 보이기에 너도나도 달려드는 것 같다”며 “지금은 다른 업체들이 내 코앞에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한 방어 차원에서 공격 경영에 나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한인업체간 과열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제 살 깎아먹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4개 매장을 운영하며 단기간에 떠오른 후레쉬 월드는 올해 스프링필드 및 버지니아 비치 점이 파산보호 신청에 들어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과열경쟁이 지속되면 제 2, 3의 후레쉬 월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식품점 대표는 “미국 마켓들도 문을 닫는 상황에서 한인 마켓들만 양산되면 결국 출혈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마켓들이 쓰러지는 것은 물론 전체 한인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식품점의 한 관계자도 “비록 한인 마켓들이 인터내셔널 마켓을 표방하며 아시안이나 라티노 등 타 인종 층을 공략하고 있다 하나 한정된 시장을 나눠먹기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미국 경기가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 이상 지금의 무한경쟁이 가져올 위기는 뻔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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