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얼굴을 대하지 않는 전화가 내가 살고있는 미국 서쪽 끝으로 동쪽 끝에서 오거나 북쪽 끝에서 전화가 올 땐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를 더 실감하게된다. 전화가 오는 사연도 참으로 다양하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부터 ‘승욱이 이야기’를 읽고 격려 전화와 또 글을 쓰는 분들은 책에 ‘승욱이 이야기’를 싣겠다는 내용까지 다양하기도 하다. 책을 출간해서 직접 책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다. 물론 책 내용 중에 ‘승욱이 이야기’ 한 부분이 들어가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 아니 내가 알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분들을 이 글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나에겐 그저 신기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랫동안 글이 연재가 되고 있다. 승욱이를 직접 만나는 분들은 한결같이 “어머, 이렇게 큰 승욱이일 줄은 몰랐네”라고 말씀하신다. 그 이유는 신문에 난 사진이 너무 어릴 때 찍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 연재할 줄은 내 자신도 몰랐기에 사진을 바꿀 엄두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전화를 받은 분의 말씀에 마음이 뭉클했다.
“그냥 승욱이 엄마한테 전화하면 답답한 내 심정을 아무 조건 없이 다 이해해 줄 것 같았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에게 말 못하는 속상한 사정을 승욱이 엄마가 해결해 주진 못하겠지만 잘 들어줄 것 같았어요.”
그러고 보니 나 역시도 누군가 나의 답답한 마음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군중 속의 빈곤이라고 주변에 사람들을 많았지만 내 입장에서 장애자녀를 키우면서 힘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었던 시간이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사연을 나서서 도와주지 못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내가 “그랬군요, 속상하셨죠, 힘들었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라는 말을 해주는 것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때론 장애자녀를 키우는 일은 참 버거울 때가 많다. 서류작성 해야하는 것도 많고, 일년에 몇 번씩 미팅도 가야하고, 다른 장애자녀와 비교에서 오는 좌절감도 있고, 학교에서의 부당한 대우, 장애자녀가 점점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땐 누구와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 내 입장에서 들어줄 사람을 찾을 때가 있다.
가끔은 글쓰는 이유를 내 스스로 물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난 답을 찾는다. 오늘도 힘들어하는 그 누군가가 전화가 오면 난 그저 웃으며 전화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의 최상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김민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