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옵소서. 이제는 덕만의 시대이옵니다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극본 박상연ㆍ김영현, 연출 박홍균ㆍ김근홍)에서 덕만공주가 드디어 공주를 벗고 왕으로 등극한다.
최대 정적(政敵)이었던 미실의 자결로 그동안 왕권을 흔들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사라지면서 당당히 왕으로 즉위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비담이 덕만공주에게 등을 돌리고 난을 일으키지만 어쨌든 우선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선덕여왕의 즉위식 촬영을 앞둔 13일 경기도 용인 촬영장에서 이요원을 만났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즉위식이라 마음이 들떠 있을 법도 한데 이요원은 뜻밖에 차분했다.
즉위식이라고 해서 특별히 감개무량하다거나 그런 것은 없어요. 한 나라의 통치자인 여왕으로 즉위하게 되면 공주 때와는 또 다른 벽과 갈등을 마주할 거잖아요
태어날 때부터 고난과 역경을 지긋지긋하게 겪어 웬만한 일에는 흔들림이 없고 차돌처럼 단단해진 덕만공주처럼 이요원은 담담하게 설명했다.
‘선덕여왕’이 이처럼 덕만공주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나라의 군주로 성장해 삼국 통일의 기초를 닦는 과정을 그리는 성장 드라마인 만큼 반년 넘게 ‘선덕여왕’을 준비하고 덕만공주로 분했던 이요원도 그만큼 성장한 것일까.
미실이 현실적이고 다분히 계산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었다면 덕만이는 마음을 먼저 주면서 사람을 얻죠. 그런 덕만이를 연기하면서 저도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한 단계 성장한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가치관과 생각이 덕만이처럼 닮아가더라고요
이러한 생각 때문에 그는 ‘선덕여왕’을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김유신과 덕만공주가 사람과 인재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장면 꼽았다.
유신이 덕만에게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면 시간이 걸릴지라도 모두가 그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해요. 그 말이 덕만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사라고 생각해요. 비록 그 장면이 편집돼서 방송에는 못 나갔지만요
최근 덕만공주의 최대 정치적 경쟁자이자 정치와 인생을 가르치는 스승 역할을 하기도 했던 미실의 죽음에 대해 덕만공주, 아니 이요원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음… 이거 기사로 나가면 안 되는데하면서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사실 부러웠어요. 저희는 더 남아서 촬영해야 하는데 이제 미실은 쉴 수 있잖아요. 하하. 아까 칠숙도 난을 일으키고 나서 죽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그렇게 극 중에서 하나하나씩 죽어가는 분들이 부럽더라고요. 하하
그렇게 짧게 웃더니 다시 진지하게 덕만공주와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미실도 죽고 칠숙도 죽고. 이제 젊은 배우들만 남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극을 이끌고 가야 할까 부담이 돼요. 또 강력한 경쟁자가 죽었지만 이제 또 어떤 어려움이 덕만에게 닥칠까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다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요원은 이 같은 믿음 때문에 그동안 어떤 여왕의 모습을 그릴 계획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지만 그때마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자신을 덕만이에게 맡기면 시간이 흐르면서 덕만이 사람과 인생에 대해 알아가고 여왕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긴 호흡을 요구하는 ‘선덕여왕’이라는 사극의 타이틀 롤을 맡아 반년 넘게 드라마의 중심에 서 있었던 만큼 연말에 있을 MBC 연기대상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지 물어봤다.
더군다나 ‘선덕여왕’이 시청률 45%에 육박하는 등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 않은가.
연기대상이요? 주시면 감사하죠. 하하. 그러나 못 받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연기대상이라는 게 연기자들과 제작진, 시청자들의 축제이잖아요. ‘선덕여왕’으로 고생한 우리 팀과 시청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용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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