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의 엄마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배우로서 그때그때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지, 아줌마로 불릴 나이가 됐는데 아줌마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고 하면 그건 칭찬이 아니죠.
이제 갓 결혼한 여배우의 말치고는 조금 의외다. 하지만, 배우 송윤아(36)는 자연스럽게 엄마 역을 하게 된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다.
영화 ‘시크릿’ 개봉을 앞두고 최근 만난 송윤아는 바쁜 홍보 일정에도 지친 기색 없이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여전히 아줌마티는 안 난다’는 말에도 요즘 아줌마들이 다 그렇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웃는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온에어’에 이어 ‘시크릿’에서도 그는 한 아이의 엄마다. 딸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지만, 그가 엄마라는 사실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만드는 이유다.
내년 개봉할 ‘웨딩드레스’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어린 딸과 이별을 준비하는 엄마 역을 연기한다.
만약 2-3년 전에 엄마 역할을 했다면 해석하는 방향이 달랐을 것 같아요. ‘엄마는 곧 아줌마’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오히려 동떨어지게 했을 거예요. 그런 고정관념을 갖고 있을 땐 엄마 역할이 들어오지 않았고, 생각이 자연스럽게 바뀌었을 때 엄마 역을 하게 돼서 다행이에요.
그는 2-3년 후에는, ‘지금 시크릿을 해야 했는데’ 하면서 또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벌써 데뷔 15년차인 그는 여전히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작품 전체를 못 보고 일단 나를 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신경쓰이고 울렁증까지 인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인 건 똑같지만 항상 새로운 작품을 하게 되면 마음도 늘 새로워질 수밖에 없어요. 가장 가시방석인 건 언론 시사회죠. 요즘은 덜 한데 예전엔 단두대에 올라가 있는 듯 조마조마했어요.
’시크릿’은 살인 사건 현장에서 형사 성열(차승원)이 아내 지연(송윤아)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지연은 살인 용의자로 몰리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그는 다른 작품들에서는 인물의 상황이나 변하는 감정들이 설명되고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는데 지연의 상황이나 감정은 모두 생략된 채 혼자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던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의 일상적인 연기가 더 익숙하다 보니 장르 영화의 연기나 촬영 환경도 어색하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형사로 등장했던) ‘아랑’ 할 때 가장 닭살 돋는 장면이 총 겨누면서 ‘멈춰’ 소리지르는 거였어요. 관객이 돼서 보면 실감 나야 하는데 내가 하려니 소름이 돋는 거예요. 이번에도 차가 부서지고 유리가 쏟아지는 걸 상상하면서 성열과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는 연기를 하라고 하니 낯설더라고요.
그럼에도 ‘시크릿’을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그는 그런 걸 극복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영화에 대해 허한 게 남아 좀 더 깊이 발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는 ‘미스터 Q’, ‘호텔리어’, ‘온에어’ 등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들이 있지만, 영화에서는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었던 것도 부담이자 극복 대상이다.
그는 주변에서 왜 영화는 안 하느냐고 궁금해하거나 혹은 안타까워하기도 했다며 나 역시 잘 알고 있는 상황이고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고 지금은 다 좋은 방향으로 극복된 것 같아요. 남들이 뭐라 하든 이전 작품들도 저에겐 다 소중하고요.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시크릿’은 저에게 가장 ‘영화적인 영화’였어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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