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란 시간열차(時間列車)가 계절(季節)을 담아 실고, 또 사람(人生)을 태우고 특급열차 보다 더 빨리 달려 가고있다. 그리고는 우리가 원튼 원하지 않튼, 이 세상의 마지막 종착역에다 우리를 풀어 놓는다. 올해도 지난 해에도 그리고 그작년에도,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친구들이 이 세월이란 시간열차에 실려 떠나 갔다.
오늘도 나는 아니, 우리들은 이 시간열차에 실려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되돌아 오는 철길이 없는, 외길계도 인 단선(單線) 열차에 실려가면서, 떠나온 기차역을 자꾸만 뒤돌아 본다. 이러한 감정은 어쩌면 저녁노을이 깔리면, 새가 제 둥지로 돌아 가기를 원하는 귀소본능(歸巢本能)과 같은, 과거에의 회귀(回歸)! 바로 그것이 아닐까?! 이러한 속성(俗性)에는 못잊어 하는 인간관계 때문에서도 그렇고, 지난날에 못다 이룬 일 때문에서와 그리고 우리의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앙금처럼 남아 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이 해를 넘기면 내가 이 세월이란 이름의 시간열차를 타고 달려 온지 81년! 나에게 유별나게 과거로 돌아 가려는 회귀의 감정이 짙기 때문인지, 아니면, 귀소본능의 정에 약한 탓인지, 지난번에 찾아 간 고향에서, 세월의 흔적이 머리 끝에 억새꽃이 되어 나부끼는 옛 동창들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고 돌아 왔다.
비록 일제시대이기는 했지만, 그들이 소년시절에는 야무진 꿈을 품어 보기도 했고, 대학시절에는 어느 영화에선가 본 장면처럼, 하이덴베르그대학의 학생들이 소리 높이 ‘환희의 노래’ 를 부르듯이 야망과 패기에 넘쳤던 대학시절도 있었고,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왔을 때는, 어느 회사의 중역으로 또 어느 단체의 우두머리 자리에 앉아 활약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러한 그들의 젊었을 때의 활약을 연상하면서, 나는 나의 과거를 다시 한번 뒤돌아 보기도 했다.
한편 저 지난달 40일 간의 나의 한국 나들이에서,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나를 잊지 않고 반갑게 맞아 준 그리운 얼굴들과 만나는 만남의 축복과,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 내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끼고 돌아 왔지만, 이와는 반대로 8,15해방 당시 40명 가까웠던 나의 중학 동기생 중에 상도동의 김영삼과 나를 포함해서 일곱 친구만이 생존해 있다는 서글픈 사실에 세월이란 시간열차가 빨리도 그리고 덧없이 내닫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실감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 뿐인가 원로 극작가 유치진선생 이후, 1950년 말에서 60년대 말까지, 한국 희곡계(戱曲界)의 중견 5인 극작가로 손꼽혔던 ‘아씨’의 작가 임희재. ‘산불.의 차범석, ‘가족’의 이용찬, ‘딸들은 연애 자유를 구가한다’의 하유상 그리고 .선주.를 쓴 나! 이들 5명 중에 하유상과 나만이 생존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한국아동문학계에서, 내가 생존하고 있는 최고령 현역 작가라는 사실 또한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한 것이다.
세월이란 시간열차는 이 순간에도 자꾸만 달려 가고 있다. 지구상 어느 곳에 살고 있든지, 또 피부색과는 상관 없이, 모두가 이 시간열차의 승객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 개개인이 종착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모두 다를 것이다. 이 기차의 승객중의 한 사람인 나도 내가 종점에 도달 할 시간과 날짜를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건강상태로 보아, 내 인생 종점에 도착 할 때까지, 내 살아 생전에 글 쓰는 작업 이외에 연극 3, 4편 정도는 무대에 올려 놓고 갈 자신이 있건만, 나라와 주변의 모든 여건이 나의 의욕을 따라 주지 못하고 있는게 지금의 실정이다.
오늘도 나는 쏜살 같이 달려 가는 세월이란 시간열차에 실려 가면서, 우리 집 앞 뜰 가로수 은행나무 잎새가 우수수 떨어져 땅 위에 깔리는 소리 없는 소리와, 불우 이웃을 돕자는 자선냄비의 얼시년 스런 종 소리를 들으며, 또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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