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모 식당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 이씨는 히스패닉 종업원들끼리의 대화를 엿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숨어서 한 대화는 “사장은 우리를 너무 무시한다. 약간 맛이 간 똘아이다.”는 내용이었다. 스패니쉬를 좀 배웠다는 이씨는 “평소 업주가 히스패닉 종업원들에 욕을 잘 하고 함부로 대했다”며 “의사소통이 잘 안돼서인지 얌전하던 히스패닉 종업원들이 이를 갈고 있음을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한 40대 주부는 최근에 모 한인 마켓에 들렀다 못 볼 장면을 목격했다. 한인 직원이 히스패닉 종업원에 “야, 임마. 너 이리 와봐!”라며 위압적인 한국어로 부르더니 뒤통수까지 치더라는 것이었다.
이 주부는 “아무리 말이 잘 안 통하는 종업원이지만 욕설에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는 걸 보고 낯이 뜨거웠다”며 “그런 마켓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인들의 다른 소수계에 대한 차별의식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백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홀대받으면 ‘인종차별’이라고 발끈하는 사람들도 정작 다른 소수계들은 비인격적으로 대하기 일쑤다.
한 고교생은 일을 도우러 갔다 부모님의 위선적 태도에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부모님이 백인 고객들에는 너그러우면서도 흑인 고객이 들어오니 한국말로 ‘연탄’이니 ‘깜디’니 하며 수군거렸다”며 “부모님이 그렇게 부끄럽게 보일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세탁소, 식당, 건축 현장 등에서 고용주와 종업원이란 특수 관계를 맺고 있는 라티노들에 대한 일부 한인업주들의 ‘인종차별’적 언사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인업체에서 일하는 라티노 직원의 65%는 한인 업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티노 사역을 하는 ‘굿스푼’의 김재억 목사는 “라티노 종업원들에 대한 한인들의 태도는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일부 깔보고 무시하는 행태가 남아 있다”며 “한인 특유의 따뜻함과 친절함으로 대하면 서로의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한인들의 이 같은 행태를 개인적인 인격의 결함에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는 강한, 뿌리 깊은 한국사회의 열등의식에 젖은 결과라고 본다.
조지 워싱턴대 박사과정의 안모씨는 “한국사회의 병폐를 안고 사는 1세들의 상당수가 인종의 다양성, 다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좀더 키워야 한다”며 “약자나 소수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고 인격적으로 존중할 때 한인사회도 더 밝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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