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카지노.노름에 빠져
푼돈 구걸에서 가정 깨지기도
지난 주말,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의 한 호텔 카지노. 가족과 함께 몇 년 만에 이 호텔을 들른 A씨는 우연히 버지니아의 지인 B씨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B씨는 대뜸 A씨에 돈을 빌려달라고 간청했다.
“몇 백불을 빌려달라는 겁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B씨가 다시 그 돈으로 도박을 할 것이라 생각하니 찜찜해 거절했습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푼돈을 ‘구걸’하는 행위. 최근 들어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초췌한 풍경이다.
메릴랜드의 한 ‘골방’. 이 은밀한 방에는 사흘이 멀다 하고 ‘카드 전사’들이 모인다. 술과 담배연기가 전의를 돋우며 포커 게임은 새벽까지 이어진다. 이 밤샘 포커판의 1회 판돈은 수천 달러로 ‘취미활동’으로 보기에는 적지 않은 액수다.
불경기로 심신이 황폐해진 한인들이 도박의 늪으로 도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나 깨나 ‘베팅’만 생각하는 카지노 중독증이 한인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모 카지노 관계자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 이후에도 카지노에 ‘사는’ 한인들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 아시안들이 선호하는 테이블 게임인 블랙잭에는 한인들로 가득하다. 다만 호황일 때와 다른 특징은 아무래도 ‘베팅’의 규모가 줄었다는 것.
한 관계자는 “큰 손님들은 많이 줄은 대신 몇 백 달러만 주머니에 생기면 달려와 며칠씩 죽치며 시간을 보내는 한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이들은 돈이 떨어지면 돌아다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푼돈이라도 빌려 다시 게임에 달려든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평소에는 멀쩡한 사람들이 카지노나 노름판을 드나든다는 것. 한번 중독되면 자기 통제력을 상실해 며칠씩 연락이 끊기며 ‘행방불명’ 되거나, 정상적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아가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마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버지니아의 주부 D모씨는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갖은 핑계를 대고 며칠씩 사라져 알아보니 도박장을 드나드는 것이었다.”며 “아무리 말려도 돈만 생기면 달려가니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울먹였다.
한 심리 전문가는 “불경기일수록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대박심리가 작동한다”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때론 한탕의 꿈을 갖고 도박장을 드나들다 자신도 모르게 중독돼 신세를 망치게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의 최기병 카운슬러는 “카지노 중독자들의 대부분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나는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독자들이 자신의 심각성을 잘 모르기에 사실을 인정하고 변화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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