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가 멈춰버린 해 지난 달력 하나가 내 방에 걸려있다.
2006년 2월18일, 빨간 동그라미에 ‘남편 천국 입성’ 이라고 써 놓은 달력이다.
담임목사란에 남편의 이름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어 차마 나는 이 달력을 떼어 낼 수가 없다.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는 이 달력은 새해마다 바뀌는 12달의 새 달력 뒤에서 지킴이처럼 묵묵히 걸려있다.
추모일, 그 날을 기억하며 찾아와 주신 목사님 두 분과 몇 분 성도들과 함께
산소에 둘러서서 남편을 추억하며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평소 꽃을 사 들고 들리던 때와는 달리, 그날따라 남편을 떠나보내던 고통스럽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뀌어가는 사계절이 충격이었던 지난날이었다.
내 남편이 없는데도 아침에 해가 뜨고, 달도 그대로 솟아올랐다.
가지마다 연둣빛 잎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스프링클러는 여전히 시간 맞춰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변함없이 우체부는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 주었고 이른 새벽이면 어김없이 앞마당에 신문이 던져져 있었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도 그대로였고 커피솝에서 담소하는 사람들도 그대로였다.
나만 그대로가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만 그대로가 아니었다.
엄마, 학교 친구들이 나보고 넌 아빠가 없어서 언 럭키 하다고 했어.
심장을 덜어낸 듯 텅 빈 내 가슴속에 여덟 살 딸의 이 말은 멈출 수 없는 공명이 되었다.
한창 재롱을 부릴 나이에 아빠를 잃은 딸아이의 아픔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아쉬움과
그리움의 낙인이 될 것만 같아 가슴이 저렸다.
피붙이라곤 아무도 없는 미국생활 이십년,
다섯 식구가 네 식구로 된 날부터 가장을 잃은 우리 집은 빈집처럼 고적했다.
외로워 몸부림치는 우리를 남편도 보고 있었던가!
마른 꽃처럼 서걱거리는 우리 집안에 생기를 주려고 하나님께 기도 올렸던가.
계획보다 훨씬 빠르게 큰딸이 결혼날짜를 잡음으로 새 가족을 맞이하게 되었다.
남편과는 산소에서의 첫 만남이지만
사돈이 될 분들과 함께 남편의 묘비를 앞에 하고 두 가족이 나란히 서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한 사람이 빠진 빈자리에 새 가족을 보내주시고,
또한 자녀들이 큰 복을 받게 하심으로 심난한 현실을 극복하게 하시는 하나님.
남편의 4주년 추모일을 맞으며 감당할 시험밖에는 주시지 않는다고 했던 말씀이 내 것으로 다가온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