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스티커의 위력 / 서진숙(임마누엘 한국학교 교사)
지난 토요일 학교 안 분위기는 활기차고 분주했다. 만나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공손하게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고 이러한 인사를 받으면서 은근 난처한 표정을 지어야만 했던 입장이 되어버린 몇몇 선생님들은 곤란해 하였다. 인사를 받으면서도 곤란해야만 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이달의 예의범절상 때문이였다. 이 상은 인사를 받은 선생님들께 스티커를 가장 많이 받은 아이가 받는 상이다. 아이들이 상을 받기 위해서 인사를 하기보단 이번 기회를 통해서 모든 아이들이 윗 어른께 공손히 인사할수 있는 예의범절을 배우길 바라는 선생님들의 의도를 이해 해주길 바라며 이 상을 만들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새롭게 이달의 학생을 선발하여 주기로 하였다. 이달에는 예의 바르고 인사성이 좋은 아이를 선발 하기로 결정하였다. 아이들은 제각기 이름표를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니다가 선생님들을 만나면 예의바르게 양손을 가지런히 붙이고 고개숙여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면 아이들에게 선생님들이 이름표 뒤에 스티커를 붙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받은 스티커가 가장 많은 아이에게 상을 주게 되어 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자기 반아이에게 스티커를 주지 않기로 정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른반 선생님들을 만나면 열심히 인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온것이다. 게다가 한 선생님이 하루에 6개의 스티커를 아이들에게 사용해야 하므로 함부로 남용 할 수가 없어서 인사를 의도적으로 다가와서 하는 아이들에게는 줄 수가 없었고 이런이유때문에 곤란해 하였다. 간식시간이면 전교의 아이들이 식당에서 만나게 되는데 아이들이 일부러 다가와 나에게 인사를 하면 잘했다는 말은 해 주었지만 스티커를 함부로 주지는 못했다. 우리반의 아이들은 주로1학년과 2학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스티커를 받기위해 열심인 아이들을 많이 보았지만 고학년 아이들은 이러한 상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을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예상을 빗겨가는 일이 일어났다. 3교시 특별활동 시간에는 1학년부터 10학년까지의 17명 아이들이 모이는데 이 시간에 난 놀라운 스티커의 위력을 보고야 말았다. 학교안에 선생님들이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반항적이면서 우리말에 서툰 10학년인 두 여자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와 나란히 바르게 서서 공손히 인사를 건내는 모습에 나는 놀랄수 밖에 없었다. 그 아이들은 우리 서예반에서도 자주 수업분위기를 흐트려트리던 아이들이였는데 이러한 공손한 태도를 보고 난 너무도 의아하고 기뻐서 다시한 번 더 해보라고 하고는 얼른 아끼던 스티커를 한치의 망설임 없이 주었다. 이렇게 큰 아이들조차 상을 받고 싶고 인정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 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어떠한 무리속에서 자존감을 찾고 다른 사람보다 더 성취하고픈 마음은 모든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잠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어린아이들이 손을 흔들면서 “Hi”라고 하고 지나가면 머리로는 이해를 하다가도 어른으로서의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에 정중한 인사를 받고 싶어하는 날 발견하곤 혼자 씁씁한 미소를 짓곤했었다. 앞으로 한 3주정도 상을 받기위해서 아이들은 인사를 열심히 할 것이고 인사 받는 즐거움을 만끽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간을 통해 전교생의 이름을 알아가며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더 친근해 질 것이다.
새로운 의도로 시작한 이달의 학생 선발이 시행 착오를 겪어가면서 좋은 결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비록 의도적이고 지속적이지 못 할지라도 아이들이 한국사람들의 인사하는 방법이나 말하는 태도를 배움으로서 동방예의지국으로 일컬음을 받았던 어른들의 세대를 알아가고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다 큰 어른이 된것 처럼 느끼는 사춘기 아이들에게도 전체적인 한 울타리안에서의 자신의 존재감를 느끼며 그 스티커를 받고 싶어하는 자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주어진 삶에 충실한 우리 아이들이 되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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