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애상 수상 김장호-김상희씨의 부부학
결혼 49년, 양보와 중용으로 조화 이뤄
“부부 금슬이란 게 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게 아닙니다. 싫은 소리는 서로 피하고 눈치껏 알아서 양보하다 보면 크게 싸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미주한인노인봉사회의 ‘부부우애상’을 수상한 김장호(75), 김상희(71)씨 부부. 버지니아 버크의 노인 아파트에서 사는 이 부부를 만나는 이들은 한결같이 “두 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꺼낸다.
올해로 함께 산 지 49년째. 김씨 부부에도 우여곡절이 없을까마는 부부는 ‘중용(中庸)의 도’를 우애의 첫 번째 힘이라고 꼽는다.
김씨 부부가 만난 건 1961년. 중매로 만나 딱 두 번 만나고 대구 삼덕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제가 모태신앙을 갖고 있어 청춘 남녀가 공개적으로 연애한다는 건 생각도 못할 때였어요. 제가 여자 앞에서 고개를 못들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 연애 한번 못해보고 결혼했습니다.”
대구 신명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김장호 씨는 1968년 서울의 대광중고로 옮겼다가 74년 미국행을 선택했다. 이민생활은 한국에서의 교편생활처럼 안락하지 않았다. 사진제작소에서 밤일도 했고 세븐 일레븐에서 일하다 버지니아의 한 마트를 인수해 17년간 운영했다. 마지막에는 라슬린에서 픽업 스토어를 하다 62세에 은퇴했다.
이민생활 적응하랴, 아이들 키우랴, 힘든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흔히 말하는 부부싸움도 남들 못지않게 했다 한다. 그때마다 김씨 부부는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며 넘어야 할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했다.
“싸움이라기보다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갖고 의견 다툼이 많았지요. 한국 같으면 마음이 상하면 나갈 데라도 있지만 미국에서 어디 갈 데가 있습니까. 조용히 성경을 읽으면서 묵상하다보면 마음이 풀립니다. 다툼을 하더라도 더 나가면 안 되니까 물 건너가기 전에 스톱합니다. 그러면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부부 사이도 좋아집디다.”
요즘 이 부부는 교회(서울장로교회)에서의 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은퇴장로 직분이지만 부부 모두 성가대원으로 화음을 맞춘다. 구역도 맡아 친교와 선교에 열심이다. 지난해에는 탁구 선교회를 맡아 부부가 매일 탁구 삼매경에 빠져 있다.
내년이면 혼인 50주년을 맞는 김씨 부부는 이혼 급증 세태를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이들이 젊은 세대에 주는 조언은 이 부부가 한평생을 마음에 새겨온 금석문 같은 것이다.
“일방적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주는 방법도, 받는 방법도 알고 해야 합니다. 시와 때를 잘 맞춰야 하며 지나친 호들갑도 피해야 합니다. 부부 사이라는 건 너무 가까이도 말고, 멀리도 말고 중간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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