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극한대치에 불안감 고조
안부전화 급증...방한 늦추기도
“이러다 전쟁 터지는 것 아닙니까?”
전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면서 워싱턴 한인사회가 술렁대고 있다. 천안함이 북의 어뢰에 피격됐다는 한국 측의 조사발표 이후 남북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쟁을 걱정하는 한인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이 경쟁적으로 전의를 드러내면서 당장 한국의 가족과 친척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안부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가족과 헤어져 사는 ‘기러기 가족’들이나 유학생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모국 소식에 더 귀를 기울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버크의 주부 정모씨(47)는 “어제 서울의 엄마와 친정 식구들한테 안부전화를 걸었다”며 “다행히 미국에서 생각하는 만큼 서울에서는 불안해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안도해했다.
이른바 ‘기러기 엄마’인 엘리컷시티의 이모씨(42)는 “요즘 매일 한국의 남편에 전화를 걸어 소식을 묻는다”며 “어떤 날은 전쟁이 나는 꿈을 꾸는 날도 있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자녀들의 여름방학을 맞아 모국을 찾으려던 일부 한인들은 아예 방한 일정을 늦추며 분위기를 관망하는 추세다. 아니면 방한 일정을 단축하려는 이들도 있다.
락빌의 조모씨(43) 부부는 “아이들 방학하면 바로 한국에 갈 계획이었는데 날짜를 조정해야 할 것 같다”며 “남북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보고 일정을 다시 짤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에 대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모처럼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박모씨(53)는 “예정대로 일단 한국에 가되 일정을 줄여 가급적 빨리 돌아오고 싶다”며 “즐거워야 할 한국행이 이번에는 왠지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놓았다.
남북한이 초강경 대치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매스컴마저 연이어 전쟁 위기를 보도하면서 한인사회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1면 톱기사로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한 시민이 인공기를 찢는 사진과 탱크의 군사훈련 사진을 곁들였다. 뉴욕 타임스, CNN 등 주요 언론들도 이날 남북한 긴장 고조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분석기사 등을 실었다.
훼어팩스의 김모씨(56)는 “서해교전 등 그동안 남북대결 양상이 있었어도 무덤덤했는데 최근 미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에는 남북 간의 대결 수위가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며 “이러다 큰 일이 터지는 게 아닌가 싶어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우려했다.
센터빌의 이모씨(37)는 “뉴스를 보면서 자칫 한반도가 무력 충돌의 부싯돌만 당기는 수순만 남은 것 같다는 불안한 심정”이라며 “제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북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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