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모든 예술 작품의 생명이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건축이든 예술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지 못한다면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예술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프톨레미의 천동설을 누르고 정설로 인정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 간결한 아름다움에 있다. 프톨레미 설로도 천체의 움직임이나 1년 주기로 돌아오는 절기를 맞추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단지 에피사이클 등 복잡한 구조와 계산이 과학자들 눈에 “보기 흉할”뿐이다.
아름다움은 이론 물리학이나 천문학에서 가설이 진리냐 아니냐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가설이 간단하면서도 대칭적이고 우아할수록 진리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가설일수록 뒤에 수집된 증거에 의해 정설로 굳어진다. 에너지와 질량과 빛의 속도와의 관계를 표시한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2가 그 한 예다.
스포츠에서도 아름다움은 관중을 사로잡는 매력의 하나다. 지난번 동계 올림픽 때 보여준 김연아의 몸놀림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지금 한창 열기가 뜨거운 월드컵 축구에서도 선수들의 “아름다운” 플레이를 종종 본다.
이 ‘아름다운 축구’를 전통적으로 고집해온 나라가 브라질이다. 펠레 이후 FIFA 랭킹 1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브라질은 선수들의 현란한 발놀림, 정교한 패스, 그림 같은 슛으로 ‘아름다운 축구’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다.
현재 감독인 둥가는 “축구의 목표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승리”라며 이런 전통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브라질 축구팬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브라질의 오랜 전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브라질의 이런 모습은 15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북한과의 시합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한 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철벽 수비에 걸려 위협적인 슈팅 한 번 못해 보고 전반전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은 ‘브라질도 별 수 없는가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가자 브라질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마이콘이 사각지대에서 오른 발로 차 넣은 바나나킥은 그림 같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후 17분 만에 엘라누의 골을 가능케 한 패스는 그야말로 한 편의 예술이었다.
이런 아름다움이 보통 때 운동 경기를 보지 않던 사람들마저 열광하게 만드는 축구의 마력인가 보다. 북한도 경기 종료 몇 분을 남겨놓고 강렬한 슈팅을 성공시키기는 했으나 아름답다기보다는 강한 골이었다.
모든 예술은 어느 경지를 넘어서면 한곳으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그 경지란 절대적인 미의 세계일 것이다. 브라질과 북한의 시합은 축구는 스포츠이면서 예술임을 확인시켜준 한 판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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