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일본에 유학간 1988년 그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에 한창 취해있었다. 텔레비의 오락프로를 틀면, 황금이 넘치는 일본이라는 표현이 자주 회자되고 있었고, 도쿄시내의 땅을 다 팔면 미국을 통째로 살 수 있다는 호언도 들렸다. 1980년대에는 국제사회에서도 일본이 촉망을 많이 받았고, 일본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돌았다. 말그대로 욱일승천의 기상이 넘치는 나라였다.
그런데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버블경제가 불시에 붕귀되고, 일본사회는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일본경제는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상이 높아졌을 뿐만아니라 일본이기에 이런 기적을 만들어낼수 있다는 소위 신화도 많이 확산되었다. 90년대에 들어서 이런 신화들이 하나 둘 무너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95년에 발생한 오사카지역의 대지진에서 시내의 고가도로가 무너져내리면서 기술대국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한탄이 나왔는데, 그 후로부터 일본 기술의 신뢰성을 흔들게 하는 사고가 자주 생겨났고, 최근에는 도요타자동차 품질문제에까지 번져가고 있다. 95년에 도쿄시내의 자하철에서 옴진리교라는 이단종교단체에 의한 독극물테러사건이 생기면서 일본사회의 안전신화도 깨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일본인들도 일본사회의 안전성을 그리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90년대에 들어면서부터 일본은 장기적인 불경기상태에서 벗어나지 나지 못하고 있고, 그 때문에 일본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밝지 못하다. 일본은 인구의 고령화, 출산률의 저하, 막중한 국가부채때문에 장기적인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그러면, 필자가 미국에서 관찰해본 일본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중국, 한국이 미국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데 비하면, 일본의 존재감은 오히려 약간 축소되고 있는 느낌이다. 때마침 도요타자동차의 리콜문제가 클러즈업하여 일본제품의 안전신화가 문제시되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비교적 단결하고 모국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비하면, 일계인(日系人)이라
불리우는 2차대전이전에 미국에 이민하여 정착한 일본사람들과 그 후손들은 모국과의 관계가 느슨하고 자체적인 네트워코가 그리 강해보이지 않는다.
일본학생들의 미국유학도 2000년대에 들어서 감소되어가고 있다. 최근에 하버드대학교 총장이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른 아시아 나라의 학생들이 하버드대에 많이 유학하는데 비하면 일본유학생은 손꼽아 헬수 있을 정도로 적다고 지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대학가에서 중국과 한국에 비하면 일본유학생수는 현저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미국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의 저력도 만만치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거리를 달리는 승용차를 보면 일본차가 유난히도 많아, 10대의 승용차가 있다면 아마 5, 6대는 도요타, 혼다,닛싼 등 일본차들이다. 최근에 도요타자동차의 리콜문제가 발생하여 일본차의 이미지가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동차만큼은 어느나라도 일본의 아성을 쉽게 허물기 어려울 것 같다. 카메라, 프린터 등 광학관련제품을 보면 일본제의 우세는 자명하고, 일상생활에서 잘 관찰안되는 전자부품, 정밀기기에서도 일본산업의 파워는 아직도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일본요리가 건강식품으로 아주 환영을 받고 있어, 때로는 중국요리이상의 취급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한국인,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짝퉁 일본 레스토랑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요리라 하여도 별 것은 아닌데 나라의 이미지가 좋으니 요리의 인기도 동반상승하는 것이다.
현재는 많이 식어있지만 80년대경에는 미국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크게 늘어나고 일본이 상당한 붐을 이루었던 것이다. 일본말 속담에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싶이 미국내에서 중국과 한국의 존재감에 다소 가리워지는 면이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으로 불리우는 일본의 파워는 결코 무시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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