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는 제안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일을 접어두고 훌쩍 떠나고 싶었다. 떠난다는 것, 그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이던가.
일상에서 탈출하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원하고 꿈꾸는 것이다. 자기가 사는 곳, 일하는 곳을 떠나서 미지의 얼굴들과 미지의 시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여행 가자고 하는 후배의 전화를 받은 이후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어린이 대공원 근처에 있는 중학교에서 소풍 가는 곳으로 어디를 정할까 고심하다가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전국 최고의 인기 소풍지인 어린이 대공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맹렬한 반대로 전국 인기 순위 1위의 어린이 공원 소풍은 즉시 취소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매일 등교 길에 보는 그곳이 그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장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후배에게 같이 갈 수 없노라고 이야기 하고 말았다. 서운한 감정과 함께 슬며시 짜증이 났다. 며칠이라도 새로운 공간에 가서 쉬고 싶었다. 새로운 것들을 보며, 내가 어떤 모습으로 숨쉬며 살고 있었는지를 멀찍이 지켜 보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자기가 있던 곳에서 나올 때 에야 자신이 속해 있던 곳을 볼 수 있노라고. 마치 숲 속의 방랑자가 숲을 빠져나올 때에야 비로소 그 숲을 정확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숲을 빠져나올 때에는, 미련 없이, 또 갑자기 그 숲을 나와야 되는 것이다. 오래 계획하는 여행이야말로 또 하나의 부담스러운 일이기 되기 때문이다.
여행 후 돌아올 후배의 얼굴을 그려본다. 행복의 파랑새를 손에 잡고 올까? 질투 섞인 목소리로 후배에게 당부했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해서 협박하듯 을러댔다. “집 떠나면 고생이야. 건강하게 빨리 돌아와야 해.” 그러고도 차마 마지막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못하고 말았다. “행복의 파랑새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야.” 나는 내 질투를 아직도 조절하지 못하는 성숙하지 못한 사람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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