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A 한인섭 전 국장 ‘한반도 신 시나리오’ 펴내
“~부마사태의 와중에서 미국의 소리는 김영삼 총재와 단독 회견을 했다. 한국의 언론이 철저히 통제되던 때였다. 그 회견에서 김 총재는 ‘박정희 씨는 자기의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의 상황에서는 폭탄발언이었다. 인터뷰 테이프를 편집하면서 나는 떨리는 손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이 인터뷰가 방송된 지 일주일 만에 박 대통령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 방송(RFA), 미국의 양대 대북방송 국장을 역임했던 한인섭씨(74.사진)가 책을 냈다. 현재 RFA 고문인 한씨의 ‘한반도 신 시나리오’(문예당 간)는 미국이 한반도의 현대사에 남긴 족적(足跡)을 그가 40년 재직했던 VOA란 창을 통해서 들여다본 노작(勞作)이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지난 40여 년 동안 워싱턴에서 한국전쟁 후 남북한과 미국의 삼각관계가 어떤 우여곡절을 겪어왔고 그때마다 각각의 정치인, 정부 관리, 전문가들은 그 사태를 어떻게 진단하고 평가하여 방향을 설정해왔는지 그 기록을 정리해서 한권의 책으로 펴내고 싶었다.”고 집필동기를 밝히고 있다.
제1부는 한국의 정치경제사에 미친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를 그렸다. 박동선 뇌물사건, 광주항쟁, 금성사(현 LG전자)의 미 컬러 TV 공장 진출, KAL기 피격사건, 아웅산 테러사건, 6월 항쟁 등 1970년대와 80년대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의 진실들이 그의 취재수첩에서 되살아났다. 그리고 월남전 취재 등 그의 개인사와 함께 한국의 반민주적 정체(政體)에 대한 항체(抗體)로서 때론 조력자로서 역할해온 미국의 얼굴도 조명했다.
2부는 남과 북, 미국의 애증(愛憎)의 삼각관계다. 70년대 유엔에서 펼쳐진 남북의 사활적 외교대결, 80년대 격동기 주한 미 대사들의 인터뷰, 클린턴의 한일 방문, 1차 북핵 사태와 전쟁 위기, 한반도 평화회담에 얽힌 흥미로운 비사들이 소개된다.
이 노(老) 기자의 정치경제적 관심과 탐구의 종착역은 결국 북한이다. 제3부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미 차관보, 윌리엄 페리 대북 조정관 등 미국의 대북정책의 책임자들과 황장엽 전 북 노동당 비서, 김영남 부총리 겸 외상, 백남순 외상 등 북의 권력층과의 만남을 통해 북핵과 한반도의 미래를 그려낸다. 그는 또 1992년 미 언론사 취재단과 함께 방북해서 직접 보고 체험한 북한의 모습도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미국과 남한, 심지어 중국까지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 문제를 빼면 북미대화의 수단을 상실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가 민족애를 바탕으로, 객관성이란 지도 위에 펼쳐놓은 ‘한반도 신 시나리오’는 그의 개인사를 넘어 ‘역사의 증언’이자 북한의 미래를 예단하는 중요한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인섭 고문은 서울 보성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주한 미 대사관 공보원에 몸담으면서 미국과 인년을 맺었다. 월남전 종군기자를 거쳐 1971년부터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한국어 방송 기자와 국장을 지내며 그의 수첩과 마이크 앞에는 늘 미국과 남북한이란 트라이앵글이 풀어야 할 숙제처럼 놓여 있었다. 2006년 VOA를 은퇴한 그는 지난해부터 RFA에서 국장을 거쳐 고문을 맡아 다시 현역으로 돌아왔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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