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훼어팩스에서 자영업을 해온 Y씨는 건물주와의 분쟁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진다. Y씨는 이 샤핑몰에서 10년 가까이 영업해왔지만 몇 년째 이어진 불경기를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 결국 얼마 전 건물주를 만나 “렌트비를 내려주든지 아니면 문을 닫아야겠다”고 상의했다.
그러나 건물주의 답변은 혹독했다. 만약 퇴거하려면 남은 리스 기간 동안의 렌트비를 모두 내라는 요구였다. Y씨는 버텼지만 건물주는 ‘계약’을 들어 렌트비를 완납하라는 소송을 걸었다. 결국 건물주와의 소송은 남은 기간의 렌트비를 경감해 납부하고 퇴거하는 선에서 종결됐다.
Y씨는 “그동안 렌트비를 꼬박꼬박 잘 내왔지만 경기가 너무 나빠 생계가 위협을 받는 절박한 처지에 처했는데도 건물주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였다”고 야속해했다.
오랜 경기침체로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비즈니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입자들은 렌트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감을 요구하고 반면에 건물주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줄어든 데다 렌트비도 제대로 걷히지 않는 등 고충을 겪으면서 퇴거 분쟁과 소송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LA에서 한인 의류판매업자가 유대인 건물주를 총격 살해한 후 자살한 사건은 렌트비 분쟁이 부른 대표적인 참극이다. 이번 사건은 세입자가 업소 운영의 어려움을 들어 건물주에게 렌트비 인하를 요청했으나 렌트비 미납을 이유로 건물주가 업소 퇴거를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워싱턴 DC에서는 얼마 전 한인 세탁소가 한달치 렌트비를 못 내자 건물주가 키를 뺏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일도 발생했다. 이 세탁소가 갑자기 문을 열지 못하자 고객들이 항의하면서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렌트비 인상 요구를 거절하는 바람에 강제 퇴거돼 오래 공들여온 비즈니스를 날린 사례도 있다. 지난 10여년간 델리를 운영해온 박 모씨는 최근 건물주가 월 5천 달러이던 렌트비를 월 7천 달러로 올려달라고 하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건물주는 퇴거를 요구했고 박씨는 어쩔 수 없이 델리 문을 닫고 다른 장소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건물주도 나름의 사정은 있겠지만 지금 가게 문을 닫고 남은 건 빚더미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세입자와 건물주의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불경기에는 극단적인 충돌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 윈윈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지현 변호사는 “경기가 좋을 때 리스 계약을 맺었지만 불경기로 수입이 줄자 2007년부터 렌트비로 인한 랜로드와 테넌트 간의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며 “강제퇴거의 경우 메릴랜드와 DC는 건물주가 먼저 법정절차를 밟아야 하나 버지니아는 통상 쉐리프를 동원해 문을 잠거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렌트비 분쟁은 케이스나 주, 카운티마다 규정이 조금씩 달라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며 “소송 전에 가급적 건물주나 세입자가 서로의 어려움을 감안해 렌트비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강제퇴거에 관한 소송은 일반적으로 2-4주 안에 마무리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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