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父女 최초 자전거 미 대륙횡단 도전 안두식씨.솔이양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안두식씨와 외동딸 솔이양이 자전거로 미 대륙을 횡단하겠다고 태평양을 뒤로 하고 시애틀을 출발한 날이 6월22일. 집이 있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로 돌아온 것이 지난 11일이었으니 약 50일 만이다. 거리로 따지면 약 3,000마일. 목표로 삼은 메릴랜드주의 수도 애나폴리스까지 4,350마일이 되니 4분의 3이 약간 못되는 셈이다.
딸과 텐트서 먹고 자고
비올땐 우의입고 달려
다투다 깊어진 부녀의 情
18일 종착지 MD 도착
“아빠, 나랑 자전거 여행하실래요?”
지금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던진 한마디가 무모할 수도 있는 여행을 시작한 동기다. 물론 평소에 운동을 좋아한데다 ‘언젠가 한 번 자전거로 대륙 횡단을 하겠다’고 자주 공언했던 안씨(50)의 책임도 있다. 딸은 작년 10월 아버지 생일 선물로 불쑥 제안을 해왔다. 의사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던 녀석이 던진 한 마디를 안씨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딸과 두 달 가까이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여행은 다시 찾아올 수 없는 기회인 듯 했다.
준비를 시작했다. 자전거, 텐트 등 모든 장비를 가볍고 튼튼한 것들로 구했다. 몸을 다졌다. 자신도 운동으로 다진 몸이고 아버지의 체질을 물려받았을 테니 딸도 건강은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 도전은 섣불리 시도할 일은 절대 아니었다. 북쪽 루트(Northern Tier Bike route)를 택했다. 그리고 안씨 부녀는 주저 없이 모험에 나섰다.
“해 보니 엄청 힘드네요.”
하루에 소화하는 거리는 평균 70마일 정도. 적을 때는 60마일도 되고 많을 때는 80마일까지도 달렸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비오는 날은 우의를 입고 모자를 쓰고 달렸다. 하지만 비에 흠뻑 젖으면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고 위험하기도 해 한 두 시간 정도 밖에는 달리기 어려웠다. 두 사람만의 특별한 시간들이었으니 얘기를 많이 나눌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옳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안씨는 “아무 말 없이 달리기만 할 때는 몹시 지루했다”고 실토했다.
또 좁은 텐트에서 잠을 자며 서로가 불편해지기도 했고 다툼도 잦았다. 1세 아버지와 1.5세 딸 사이에서 사고 방식이 같을 수는 없는 일. 솔이는 가끔 아버지의 참견이 귀찮아졌고 안씨는 다 컸다지만 아직도 어리게만 보이는 딸의 위험스런 행동이 불만스러울 때가 많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더욱 가까워졌다. 2년 동안 의예과를 다니며 기숙사 생활을 하던 딸을 가끔씩 보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솔이는 성숙해져 있었다.
안씨는 “솔이에게 늘 남을 배려하라는 말을 해왔다”며 “미국적 사고를 가진 딸에게 한국식으로 강요하는 일은 이제 삼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것들을 보며 신나게 달려오기도 했지만 고비도 있었다. 그 고비는 집에 거의 다와서 닥쳤다. 거의 탈진한 딸은 포기하고 싶어 했다. 그럴 때 지기를 통해 자전거 여행 소식이 본보에 알려졌고 한인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안씨 부녀는 다시 힘을 얻었다. 안씨는 자전거 여행을 하며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도 함께 하고 있는데 주위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더욱 용기를 주고 있다. 모아진 성금은 전액 PIH(Partner in Health)를 통해 아아티 주민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안씨의 부인 정순씨가 오랜만에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으며 나흘간 원기를 충전한 뒤 다시 출발한 이들이 애나폴리스에 도착하는 날은 18일로 예정돼 있다. 안씨와 솔이양은 자전거로 대륙을 횡단한 최초의 기록을 갖는 한인 부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횡단을 완료한 후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안씨는 직장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솔이양은 내년 6월까지 다른 모험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에 있는 ‘익투스 선교센터’를 방문해 SAT를 가르치며 한달 반 봉사하고 한국도 갈 생각이다. 솔이양이 대학(클리블랜드의대·NEOUCOM)으로 돌아갈 때까지의 외도(?) 스케줄은 그렇게 짜여져 있다.
블로그 주소 http://kr.blog.yahoo.com/dsan9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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