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성당을 시끄럽게 하는 이들의 정체는 ‘와글와글 밴드’. 지루한 일상에 큰 의미없이 살던 중년의 남녀들에 ‘늦바람’이 든 건 지난해 9월. 성당의 연례 송년 파티 준비를 맡은 베드로회(50-55세 연령 모임)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송년파티라는 게 매년 가라오케와 CD 틀어 노래 부르는 식으로 천편일률적입니다. 신자들 중에 음악에 재능 있는 분들이 많으니 밴드를 만들어 새롭고 재미난 파티를 꾸며보자고 했어요.”
베드로회 박천준 회장의 신선한 착상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얼마 뒤 밴드가 구성됐고 내친 김에 3개월 연습으로 송년파티의 주역이 됐다.
“겁 없이 시작했는데 다들 이쁘게 봐주셨어요. 별나고 재미난 추억의 파티가 됐다고 칭찬들을 해주셔서 용기를 얻어 계속 밴드활동을 하게 된 거죠.”
강철 단장은 ‘그저 취미로 모인 아마추어 밴드일 뿐’이라고 꼬리를 내리지만 입소문으로 퍼진 ‘와글와글 밴드’의 연주력은 만만찮은 내공을 지녔다 한다.
이 중년 밴드의 주인공들은 기타 강철, 베이스 기타 유진호, 드럼 한익수, 키보드 최수정, 섹스폰 윤석규에다 류춘련, 손해규(이상 여), 주영, 이성룡씨의 보컬 4인. 30대에서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나이지만 찰떡 호흡이라 한다. 대부분 젊은 시절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이지만 최수정 씨처럼 피바디 음대 출신이나 손해규 씨처럼 주부가요열창에서 수상한 전문가들도 있다.
남다른 도전에 나선 이 중년들은 낮에는 세탁소와 델리, 떡집의 엄연한 사장님들이지만 악기만 잡으면 뜨거운 뮤지션으로 변신한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세상을 활짝 열어젖히는 뮤지션들이다.
“이민 생활하다보면 쌓인 게 좀 많습니까. 주 1회 음악을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갑니다. 즐겁고 다시 젊어지는 것 기분이에요. 그러다보니 한분도 빠지는 분이 없어요.”
하루 3시간. 이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고 한여름 무더위를 마다않고 연습에 매진하는 건 올 10월2일(토)로 잡힌 첫 콘서트 때문. 밴드의 음향 시스템 개선을 위한 모금 음악회다. 또 있다. 12월에는 성당의 노인들을 위한 파티와 역시 송년파티도 ‘와글와글 밴드’의 열정을 부추기고 있다.
강철 단장은 “박용일 주임신부님이나 방정영 부주임 신부님 등 성당 분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셔서 큰 어려움 없다”며 “올 콘서트와 파티에서는 모두가 신나고 즐거운 무대를 꾸밀까 한다”고 남다른 각오를 내비친다.
“인생 뭐 있어! 힘껏 내질러!” 영화, 즐거운 인생의 헤드카피처럼 이들은 일상 속에 습관처럼 박힌 무기력을 떨치고 70년대와 90년대의 음악 속으로 주행하고 있다. 아름다운 중년, 즐거운 세상을 위해서 와글와글 밴드는 오늘도 ‘G코드처럼 힘차게 한번 시작해 볼까?’하고 외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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