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남편 옷매무새를 잡아주다 보니, 머리가 꽤 길어 보였다. 그렇다면 내 머리도 자를 때가 되었을 것이다. 커트 머리라 남편의 머리카락 길이와 별 차이 없는 난, 남편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본다. 그래서 남편 머리가 길어졌다 싶으면 미장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한다.
미장원에 남편과 함께 가는 일은 미국에 오면서 시작됐다. 유학생이었던 그때, 우린 차가 한대 뿐이었고, 선택한 미장원이 한국마켓 옆에 있었기 때문에, 함께 미장원에 가고, 그날 장도 보고, 별식도 먹는 나들이를 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나도 굳이 남편과 함께 미장원에 다니지는 않았지 싶다. 왜냐면 여자에게 미장원은 헤어 스타일을 바꾸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도 초등학생 때까진 머리가 길면 어머니가 잘라주시는 게 다였다. 그러던 내가, 처음으로 미장원엘 간 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서였다. 그때는 교복에 모두 단발머리를 했어야 했는데, 머리를 묶고 다녔던 나는 머리카락을 많이 잘라야 했다. 긴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우는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슬프지 않았다. 미용사의 발짓만으로 오르내리는 의자, 십분도 되지 않아 머리를 자르고 드라이를 하는 프로의 손놀림, 그리고 스프레이와 무스로 만든 웨이브는 날 충분히 기분 좋게 했기 때문이다. 또 대학생이 되어 생애 첫 파마를 했던 날, 신부 화장으로 가슴 설레던 순간, 직장과 결혼으로 시간 맞추기 어려웠던 친구들과 만남을 가능케 했던 곳. 이 모든 순간들에 미장원, 그곳이 있으니 어찌 단순히 머리만 하는 곳이라 하겠는가!
그러다 미국에 오니 처음엔 막막했다. 그리운 친구들과의 만남은 고사하고, 멋모르고 들어간 미국 미용실은 예약을 원했고, 단순한 커트일 뿐이었는데도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미장원 가는 날 옛날 추억이 떠올라 슬프기까지 했다면 믿겠는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남편과의 미장원 나들이가 선물로 주워졌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우리 부부의 미장원 나들이, 점점 늘어가는 서로의 흰머리를 본다는 게 속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남편과 함께하는 미장원 나들이는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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