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에서 주최한 교사사은회 밤에 갔었다. 여러 순서가 있었으나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근속 교사들이었다. 올해의 근속상은 가장 오래 된 분이 17년이었고 그 외에 10년, 5년 이상 된 교사들이 수두룩하였다. 토요일마다 주말을 반납한 채 오래 종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이렇게 많은 교사들이 근속상을 받으니, 2세 한글교육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곳에 참석한 다른 교사들도 같은 마음인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불려 질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로 축하해 주었다.
한국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대개 한국어 공부에 대한 열정 없이, 부모에게 등 떠밀려 토요일 아침 단잠을 깨우고 나온다. 그런데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같은 민족끼리 있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편안함 때문인지 장난을 많이 쳐서 교실 분위기는 보통 소란한 것이 아니다.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달래가며, 가르치는 선생님들이기에 수업이 끝나고 나면 교사회의를 진행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지쳐 있다. 나도 직접 수업을 했을 때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가 운전을 하고 가는 건지 차가 저절로 가는 건지 느끼지 못하고 갈 때도 있을 만큼 힘들었기에 그 분들의 헌신과 수고를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이런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아이들에게 한 자라도 더 깨우쳐 주려고 열심히 준비해 오신다. 언젠가는 그들에게 맺어질 열매를 기대하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아낌없이 헌신하시는 분들이다.
이전에 소설가 신예선 님이 뿌리교육에 오랫동안 봉사한 한 선생님을 위해 지으신 시가 있는데 그 중 한 부분이 생각나 나도 그분들을 향해 속으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인고의 세월에 눈이 부시고 헌신의 색과 향은 조화로운 융단이 되어 사랑의 물력이 인다. 대리석보다 견고한 모습.”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디어 대리석보다 더 견고하고 빛난다는 표현이 오늘의 주인공들이신 그분들에게 꼭 맞는 말이다. 황금 같은 주말을 가족들과 한가로이 지내고 싶고, 때론 주말여행을 떠나고 싶은 소박한 바람들을 뒤로 한 채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는 선생님들, 내일의 꿈나무들에게 민족의 말과 정신을 가르친다는 사명감으로 토요일마다 기쁜 마음으로 한국학교로 달려가는 그분들이 받는 근속패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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