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 서도호 양혜규 작품 라크마 현대미술관서
백남준 서도호 양혜규.
세계미술계에서 한국의 이름을 빛낸 세 작가의 작품을 한군데서 볼 수 있는 전시가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3월13일 개막돼 오는 7월4일까지 브로드 현대미술관(BCAM) 2층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전 ‘인간의 본성: 컨템포러리 아트 소장전’(Human Nature: Contemporary Art from the Collection)에는 고 백남준의 ‘비디오 플래그 Z’와 양혜규의 ‘쌍과 짝’, 그리고 서도호의 ‘문’이 주요 작품으로 전시돼 있다.
이 기획전에는 1968년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들의 회화, 드로잉, 사진, 비디오, 오디오 등 75점의 라크마 소장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백남준 서도호 양혜규의 작품은 모두 대형 인스톨레이션으로서 각 전시공간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위치에 설치돼 있다.
1986년 라크마의 위촉으로 제작한 백남준의 ‘플래그 Z’(Flag Z)는 고장으로 오랫동안 전시되지 못하다가 수년 전 한인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복원, 이번에 처음 전시하는 것으로, 84개의 모니터가 쉴새 없이 깜빡이며 돌아가는 성조기 형태의 작품이다.
양혜규의 2008년 작품 ‘쌍과 짝’(Doubles and Couples-Version Turin)은 라크마가 2년 전 조하연씨와 카파 미술재단 등 한인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구입한 후 처음 선보이는 것인데, 여러 피스로 구성된 설치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커서 전시장의 중앙공간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은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는 작가가 베를린과 서울의 집에 있는 가전기구들(보일러, 세탁기, 냉장고, 스토브, 욕실)을 겹쳐 추상화함으로써 정체성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서도호의 ‘문’(Gate)은 라크마가 2006년 구입한 설치작품으로, 1년 전 한국관 중앙전시실에도 8주 동안 전시된 바 있다. 작가가 살던 성북동 전통한옥의 대문을 스테인리스 스틸 튜브와 얇은 청보랏빛 비단으로 형상화한 섬유건축으로, 기와와 기둥 문양까지 정교하게 수놓은 반투명의 신비한 솟을대문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바라보기만 해도 황홀한 작품이다. 현대서구사회에서 개인의 전통문화와 추억이 담긴 공간을 상징하는 이 작품은 전시장을 지나는 사람마다 멈춰 서서 바라보게 하는 특별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한편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작품에서 전시 타이틀을 따온 ‘휴먼 네이처’는 지난 40여년 간 개념미술로부터 추상 미니멀리즘까지 미국 화단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여주는 거장들의 작품을 총망라하고 있다. 대니얼 라뤼 존슨, 래리 벨, 솔 르윗, 프레드 샌드백, 도널드 저드, 해나 윌크스, 데이빗 해몬스 등을 위시해 최근 국제화단에서 활약 중인 젊은 작가들 마크 브래드포드, 알렉산드라 그랜트, 리즈 크래프트 등 라크마가 지난 5년 사이 구입한 작품들도 다수 소개한다.
이 전시는 라크마 현대미술부의 프랭클린 서만스 수석 큐레이터와 한인 2세 크리스틴 Y. 김 어소시엣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백남준 ‘플래그 Z’
쉴새없이 깜박이는 성조기 모양의 84개 모니터 눈길
양혜규 ‘쌍과 짝’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겹쳐 정체성 문제 제기
서도호 ‘문’
비단·철사로 만든 솟을대문… 전통문화 추억 자극
입장료 15달러. 5905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857-6000, lacma.org
<글 정숙희 기자·사진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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