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은 (경제팀 기자)
방학을 맞아 부모의 사업체를 돕는 대학생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철 구조물 가공업체를 찾았다.디자인을 전공하는, 아직 10대 티를 다 벗지 못한 아들은 의외로 아버지의 사업장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신선했다. 위험하기도 하고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 전문직이었지만 아버지를 돕는 조그만 보조작업부터 전문 기술을 요하는 고난도 작업까지 아들은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아버지가 차를 급하게 세우고 거래처에 들러야 할 때는 아들은 주차위반 티켓을 받지 않기 위해 차안을 지키고 있기도 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직접 공사용 도면까지 척척 그려내 한몫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합류하면서 도면완성에 시간도 단축되고 비용도 많이 절약되고 있다”며 “마음이 통하다보니 다른 사람과 하는 것보다 훨씬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무엇보다도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점이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어 거래 성사도 많아졌다”며 “아들이 원한다면 이 일을 물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불경기지만 아들덕분에 타인종 시장을 오히려 쉽게 뚫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업무지만 이루어놓은 사업체를 아들에게
물려줘 시장에서의 영역을 넓혀나가겠다는 아버지의 소망과 자신의 전공을 활용해 돕는 아들의 성실함이 훈훈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요즘 흔히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1970~1990년대에 미국에 온 이민 1세대들이 고생 끝에 이룬 사업에, 한인 2세대가 가세해 세대교체에 성공한 경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한인들이 장악했던 네일 업계의 경우만 해도, 네일 기술을 배우겠다는 한인 희망자들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플러싱 미용학교의 한관계자도 “한인들로 북적이던 강의실이 이제는 100명 중
1-2명만이 한인”이라며 “이 상태로라면 2-3년내에 한인 네일 시장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순애 한인네일협회수석부회장은 “네일 업계가 단순히 팔리시를 전문으로 하는 네일 업소가 아니라 이제는 웰빙 개념까지 도입, 마사지 테라피 등 더욱 전문적인 업종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트렌드”라며 “노령화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지만 미국문화와 언어에 익숙한 2세대들이 참여해야 네일업계에서의 한인들의 위상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의사 등 한인 2세대들이 전문직으로 많이 진출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앞 세대가 닦아놓은 텃밭을 이어받아 전문성을 키우고 더 많은 고용창출을 이루어내 미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를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