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가장 큰 소망중의 하나는 아이가 탈없이 무사히 커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젖 잘 먹고 잘 자던 아이가 어느 날 인가부터 갑자기 눈을 맞추지 않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면, 자꾸 똑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면, 의사나 학교선생님이 아무래도 좀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검사를 해보라고 권유한다면 부모로서는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게 됩니다. 좀 늦되는 아이도 있다는데, 이러다 어느 날 말문이 터지기도 한다는데, 그냥 남들하고 좀 다를 뿐인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아이가 자폐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자폐는 일찍 발견할수록, 그리고 일찍 치료에 들어갈수록 그 증상과 또 그에 관련된 많은 다른 발달장애가 치유되는 과정이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로 가장 빨리 진단할 수 있는 나이는 생 후 18개월부터 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빨리 발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보통은 2~3살 정도는 되어야 문제점을 발견하고 데리고 오게 되지요. 그러나 내 아이는 이미 늦었구나 하고 낙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클라이언트 중에 진단은 일찍 받았지만 특수학교를 가는 것 이외에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다가 14살이 되어서야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엄마는 늘 더 일찍 시작했었어야 하는데 제도를 잘 몰라서 치료가 너무 늦었다고 무척 자책을 했습니다. 그러나 엄마나 학교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였고, 클라이언트 본인도 수용적이어서 치료를 시작한지 1년 정도 지나자, 단어만 되풀이하던 단계에서 간단한 문장을 말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고, 심하던 반복행동 (제자리에서 뛰거나, 몸이나 손을 흔들거나, 소리를 내는 행동)도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같이 외출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던 엄마는 이제 아이를 데리고 쇼핑도 가고, 레스토랑도 다닙니다. 이 경우 적절한 시기를 놓친 건 아쉽지만 늦게 마나 치료를 통해 행동이 개선되니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자폐란 무엇인지에 대해 우선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자폐는 1970년대만 해도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그러나 2009년 현재 미국에서 자폐로 진단받은 아동의 수는 100명당 1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지난 15년간 매년 10~17% 로 가파르게 증가한 결과이며, 이 증가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폐가 발병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때로는 유전적인 요소가, 때로는 환경적인 요인이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고,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법으로 인해 자폐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자폐는 정확하게 ‘Autistic Spectrum Disorder (ASD)’라고 합니다. 개인에 따라 증세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Spectrum’ 이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ASD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생후 3년 안에 나타나는 발달장애로 주로 의사소통과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말이 늦고, 잘 따라 하지 못하며,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남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것에 유별나게 집착하거나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며, 어떤 소리나 촉감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을 포함합니다. 이런 증상들 이외에 지능이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Intellectual disability). ASD 아동이 지능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언어표현력 부족, 집중력 부족 등으로 점수를 낮게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정신지체 (Mental Retardation)와 ASD를 같이 진단 받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Seizure (발작)은 ASD 아동의 30~40% 정도에 나타나는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타나다가 나아지는 경우도 있고, 자라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주로 약으로 조절하는데, 약만 정확하게 처방 받아 잘 복용하면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일단 부모나 친척, 담당의사, 혹은 선생님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면 아이를 진단할 수 있는 전문인에게 보여야 합니다.
ASD라고 진단할 수 있는 전문인은 MD (Medical Doctor), Psychologist 그리고 Nurse practitioner입니다. 진단이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빠른 시일에 진단을 받아야 아이에게 적절한 치료를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아이가 ASD로 진단받을 경우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절차, 그리고 치료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김숙희 MA, BSC(Behavior Specialist Consultant)
Angiek62@gmail.com
약력
이화여대 및 대학원 심리학과 졸업
이대부설병원 및 고대 부설병원 정신과 인턴십
현재 자폐 및 행동발달 장애 아동 치료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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