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머니 사정상 노동절연휴의 장거리 여행자 수가 작년보다 적을 것 같단다. 그래도 집에서 50마일 이상 여행하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3,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트리플A 클럽(AAA)이 추정했다. 작년엔 3,230만명이었다. 올해 여행 중간경비는 702달러로 작년의 697달러보다 약간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여름을 마감하는 노동절 연휴엔 자고로 여행객들이 도로와 하늘을 누빈다. 그렇다고 여행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노동절 본연의 취지에 충실한 근로자들도 있다. 교사들이다. 벨링햄 교사들은 교육구와의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돼 파업을 결의했고, 벨뷰 교사들은 협상안을 수용하는 대신 교육감을 불신임 결의했다. 타코마 교사들은 파업투표를 벌였으나 지지율이 유효선(80%)에 약간 못 미치자 일단 개학한 후 12일 재투표 할 예정이다.
교사파업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파업이 있다. 보잉의 기술자노조 파업이다. 이들이 3년 전 사측과의 임단협이 결렬된 후 장기파업을 벌여 에버렛공장의 비행기생산이 올스톱 됐었고 그 뒤 이어진 무더기 해고사태로 워싱턴주 경제의 주름살 골이 더 깊어졌다. 보잉이 첨단여객기 ‘드림라이너’의 제2 조립공장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턴으로 정한 이유도 그곳 노조는 에버렛처럼 강력하지 않을뿐더러 아예 ‘무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연료절약형 엔진이 부착될 신형 737-Max기 조립공장도 기존의 렌튼 737기 공장이 아닌 타주에 세울 조짐이 있어서 워싱턴 주정부 당국이 좌불안석이다.
노동절이 넉달 전(5월1일)에 지나간 한국에서도 요즘 노동문제가 시끄럽다. 지난 7월부터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후 이미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양대 노조가 결성돼 있는 기업마다 별도 노조설립 붐이 일고 있단다. 엊그제는 국립 중앙의료원의 박재갑 원장이 돌연 사표를 냈다. 공공병원에서 해마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가 꼴보기 싫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을지로 병원을 화장장이 설치될 교외의 원지동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놓고 정부와 노조가 벌이는 세 싸움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뭐니뭐니해도 요즘 한국 노동계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김진숙(52)씨에게 쏠려 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인 김씨는 지난 1월6일 한진중공업의 영도조선소 내 제85호 크레인(높이 35미터)에 올라가 8개월째 혼자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크레인은 지난 2003년 김주익씨(당시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29일간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목을 매달아 자살한 곳이다.
김진숙씨도 똑같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에서 1986년 해고된 김씨는 복직에 실패한 후 노동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녀는 김주익씨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읽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부산을 넘어 전국적인 노동운동 스타로 부상했고, 이번 장기 고공농성을 통해 ‘전설적 열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이미 열사들을 여럿 배출했다. 김주익씨가 자살한 후 조합원 곽재규씨가 역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조선소 도크에서 투신자살했다. 이들보다 앞서 1991년엔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박창수씨가 누군가에 구타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정보기관원들에 의해 끌려 나간 뒤 병원 뒷마당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워싱턴대학(UW)에서 해고당한 청소원 천인수(당시 61)씨다. 그는 2008년 11월 UW의 ‘붉은 광장’에서 대낮에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자살했다. 그의 자살이유는 석연치 않다. 학교당국은 천씨가 동료 청소원들과 사이가 나빠 다른 건물에 배치해주려고 했지만 그가 거절한 후 계속 결근했기 때문에 해고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30년 이상 살아 영어와 미국식 사고방식이 몸에 밴 천씨는 왠지 한국식으로 분신자살했지만 열사라는 칭호를 받지 못했다. 열사라고 다 열사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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