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자녀를 기숙사에 내려놓고 돌아오는 부모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향후 4년 동안 신입생 100명 가운데 25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50명은 음주 관련사고를 당하고, 40명은 마약에 손대고, 33명은 성희롱에 시달리고, 12명은 강간을 당하며, 25명은 성병에 걸린다. 4년 뒤(좀 더 현실적으로는 6년 뒤) 졸업장을 받는 날 100명 가운데 70명은 풀타임 일자리가 없고, 80명은 평균 3만 달러의 학자금 융자 빚더미에 눌리고, 85명은 부모 집에서 얹혀사는 신세가 된다.
캠퍼스에서 지내는 동안 신입생은 술ㆍ마약ㆍ섹스ㆍ폭력에 대항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싸움을 치러야 한다. 대학 자체와의 싸움이다. 화려한 추석 선물 꾸러미보다 더 그럴듯하게 포장된 곳이 대학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입학 사정처에 총비용을 물어보면 1년간 학비ㆍ기숙사비ㆍ교통비ㆍ잡비 등을 모두 더하여 곱하기 4를 한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졸업하는데 재학생의 60%가 6년 이상 걸리는 현실에서는 곱하기 6을 해야 실제 경비에 가깝지 않을까.
기숙사로 가보자. 지난해 새로 지은 건물이라며 운동시설ㆍ독서실ㆍ영화관이 있다는 자랑을 캠퍼스 방문 때 보고 듣는다. 하지만 졸업반 학생을 위한 기숙사라 신입생에게는 차례가 돌아가지 않는다. 신입생 기숙사에는 2명이 사용할 수 있는 방이라도 침대를 한두 개 더 배치해 3~4명이 기거하게 한다. 어차피 다음 학기에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학생이 수두룩하게 생긴다는 이유다.
우체통에 쌓이는 대학 안내 책자를 살펴보면 대학이 우선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피부색이 다른 학생 몇몇이 모여 환하게 웃고 담소하거나, 말끔하게 단장된 운동장에서 스포츠에 열중하거나, 카페테리아에서 맛깔스런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다. 광고물에서 무엇이 빠졌을까. 대학의 본래 목적이자 임무, 즉 교육하는 인증샷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파고 있거나 강의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지원자가 줄어든다는 광고업체의 권유에 따라서 삭제한 것이다.
그런 대학일수록 본 대학의 교수 자녀들은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고, 대학 근처 경찰서에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하며(학생들이 너무 자주 시끄럽게 파티를 한다는 불평), 전공과목 관련 직장에 취직하는 졸업생이 적다. 또한 도서관을 가봐도 학생들이 엉뚱한 일을 하느라 바쁘다. 어느 명문 사립대학 도서관의 참고실에서는 29대의 컴퓨터가 사용되고 있었는데 그 중 17대에서는 학생들이 페이스북ㆍ마이스페이스ㆍ트위터를 즐기고 있었다.
신입생이 그런 캠퍼스에서 4~6년을 지내고 나면 그들을 안심시키는 강연이 기다린다. 예일대학 학장을 지낸 후 7년 전 듀크대학 총장직을 맡은 리차드 브로드헤드 교수는 예일을 떠나기 직전 졸업반 학생들을 이렇게 격려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졸업 후 몇 개월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대학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생활을 익히는 것이다. 사회에 나가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대학 생활때 이겨낸 것을 기억하면 된다.”
언뜻 듣기에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교훈 같지만 강연의 배경을 알고 따져보면 연구와 기금을 따오기에 몰두하느라 바쁜 교수를 귀찮게 하지 말고 학생은 그저 잡기 (술ㆍ마약ㆍ섹스)에 전념하고, 졸업 후 기부금이나 많이 내라는 속내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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