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 짓지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올해 100세가 된 일본의 아마추어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약해지지 마’라는 시이다. 같은 제목의 시집에 실린 이 시를 이미 읽어본 한인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작년 3월부터 금년초까지 일본은 물론 한국과 미국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수퍼 베스트셀러이다.
시바타가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둔 100만엔을 털어 자비출판한 첫 시집은 놀랍게도 1년도 안 돼 100만부 이상 팔렸다. 그녀는 1911년 부잣집 외동딸로 태어났지만 가세가 갑자기 기울어 초등학교를 중퇴했다.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하던 그녀는 20대에 결혼과 이혼을 모두 겪었다. 33세에 요리사와 재혼해 외아들을 낳았고, 재봉일 등을 해가며 살다가 1992년 남편과 사별한 후 우쓰노미야 시에서 20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다.
그녀는 ‘비밀’이라는 제목의 시도 썼다. “나 말야,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그렇지만 시를 쓰면서/ 사람들에게 격려 받으며/ 이제는 더 이상/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 살에도/ 사랑은 한다고/ 꿈도 꾼다고/ 구름이라도 오르고 싶다고…”
가방 끈이 짧고 평생을 글 쓰는 일과 무연하게 살아온 시바타는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평소 취미로 해온 일본 고전무용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시인인 아들 겐이치가 시 쓰기를 권한 것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재능을 알아보고 신문사에 투고하도록 독려했다. 마침내 그녀의 시는 6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산케이신문 1면 ‘아침의 노래 코너’에 실렸다. 시 쓰기 시작한 지 6년 만에(98세 때) 나온 시바타의 시집은 금세 뭇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얼거리는 듯한 그녀의 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며 삶의 용기를 북돋아주고, 특히 남들에 대한 위로가 깃들어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녀의 작품 중 특별히 눈을 끈 것은 ‘어머니’라는 시였다.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필자의 어머니는 재작년에 졸수(卒壽, 90세)를 지내셨으니 올해 시바타가 시를 쓰기 시작한 연세가 되셨다. 나도 어머니에게 시 쓰기를 권해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시바타의 용모가 깜짝 놀랄 만큼 필자의 어머니와 닮아 그런 생각이 떠오른지도 모른다.
느닷없이 80도를 웃도는 땡볕으로 9일 동안 펄펄 끓게 했던 늦여름이 갑자기 퇴각했다. 구름 끼고 빗낱도 간간히 떨어지다가 해도 고개를 내미는 시애틀의 가을 날씨가 돌아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시애틀의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요, 문화예술의 계절이요, 축제의 계절이다. 시애틀심포니가 오늘 2011~12년 시즌을 열고, 워싱턴주 최대 규모의 퓨알럽 축제를 비롯해 각 지역에서 옥토버페스트(추수 축제)가 열린다. 한인사회에서도 오늘 아침 ‘거북이 마라톤’을 필두로 제5회 한우리축제가 페더럴웨이에서 펼쳐진다.
올 가을엔 특별히 문학행사가 많다. 오늘 오후 서북미 문인협회가 금년도 ‘뿌리문학상’ 입상자들의 시상식을 갖는다. 오는 24일엔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지부의 김학인 고문이 세 번째 수필집 ‘내 마음의 벤치’ 출판기념회를 연다. 올해 많은 회원이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해 잔치분위기인 문인협회는 조만간 회원작품집인 시애틀문학 제 4집 출판기념회도 갖는다.
한인사회에서 시바타 같은 시인이 안 나오리라는 법도 없다. 그녀의 시 ‘나’를 읽고 우리 모두 이 가을에 시인이 돼보자. “구십 세를 넘긴 뒤/ 시를 쓰게 되면서/ 하루하루가 보람 있습니다/ 몸은 여위어 홀쭉해졌지만/ 눈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고/ 귀는 바람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고/ 입은 말이죠/ ‘달변이시네요’/ 모두가 칭찬해줍니다/ 그 말이 기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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