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과청천(雨過晴天)의 비색(秘色)으로 유명한 고려청자와 이조백자는 한국이 세계에 내놓고 두고두고 자랑 할 수 있는 보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래전에 그 명맥이 끊어지고 말았다. 심지어 도자기를 굽는 문헌이나 매뉴얼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계승의 원리를 경시했던 선조들의 실수 때문이다.
반면에 도자기의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약 300년 이상이나 짧았던 일본은 어떤가. 그들은 한국의 도자기를 탐내어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왜란 7년 동안 조선전역을 샅샅이 뒤져 1,000명도 넘는 도공을 강제로 붙잡아 갔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도미 히데요시는 조선 도공들을 한 군데로 모아 군락을 이루어 살게 하였고, 명장계승제도를 만들어 놓고 도자기명장의 대를 잇게 하였다. 이와 같은 계승정책을 통하여서 일본은 조선에서 훔쳐간 우수한 도자기 제조기술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계승전략”에 성공하게 되었다. 그 결과로 일본은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그들이 오랫동안 꿈꾸던 도자기 선진국으로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이런 행동이 얼마나 얄밉고 배 아픈 일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계승(繼承)의 원리”다.
누가 위대한 리더이며. 어떤 민족이 과연 위대한 민족인가. 계승에 대한 깊은 안목과 비전을 가진 민족이다. 이순신이 왜 한국 사람뿐 아니라 일본사람에게까지 영웅인가. 왜 그들은 조선을 마음대로 유린하고 난 다음에도 “이순신”의 이름만 들으면 그 앞에 머리를 수그리고 무릎을 꿇는가. 이순신이 남긴 “난중일기(亂中日記)” 때문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은 당파싸움으로 조정이 휘청거리고, 뜻있는 충신과 인재들이 희생당하는 난세였다. 그 혼란의 와중에도 이순신은 부패한 정치 현실에 물들지 않고, 오직 민족의 내일을 바라보면서 전승(戰勝)기록을 남겨 후대에 계승했다. 이것이 육필 난중일기다. 그래서 지금도 일본사람들은 "이순신“이란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벌벌 떤다.
계승의 힘이 이렇게 위대하다. 계승의 원리를 무시하는 민족은 퇴보하고, 계승의 원리를 숭상하는 민족은 진보하고 성장한다. 미국에 이민으로 들어 온 여러 민족 중 유대인만큼 성공한 민족이 없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들 중 최다수를 유대인들이 차지한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계승의 원리다. 유능한 유대인 학생이 대학에 들어오면 노벨상 수상 경험이 있는 유대인 교수가 그를 불러 자기 제자로 삼고 키워준다. 자신의 학문적 노하우(know-how)뿐 아니라 노윗치(know-which)를 아낌없이 물려주고 은퇴한다. 유대인들은 이 패턴을 대대로 반복하면서 세계최고의 두뇌집단을 형성하고 유지해 나간다. 이런 전통은 유서 깊은 랍비 학교인 야브네 아카데미(Yavneh Academy)의 도제(徒弟)제도에서 비롯되었다.
유대인 젊은이들은 거의 대학에서 만나 결혼한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연구실에서 서로의 연구를 돕다가 서로 만나 가정을 이룬다. 결혼 후에도 함께 학문의 길을 가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대가가 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반면 한국 사람의 의식구조는 어떤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자기생존전략에만 전념한다. 계승의 원리 따윈 아예 안중에도 없다. 좀 똑똑한 제자나 후배가 나타나면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고사가 자신의 현실이 될까봐 벌벌 떤다. 오늘날 우리가 조선도공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자기생존전략에만 집중하지 말고 유대인의 계승의 원리와 도제제도를 배워야 한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너를 인하여 복을 얻으리라”고 말했고,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나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아브라함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의 계승자(transmitter of God’s blessing)이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복은 아브라함에게만 미치는 복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후손 모두에게 널리 미쳐야 하는 “계승의 복”(transmitting blessing)이란 의미이다.
잊지 말라. 과거와 현제와 미래를 이어줄 축복의 계승자가 끊어지면 가정이건 사회이건 민족이건 모두 정체되고 퇴보한다. 이것은 성경과 인류역사가 함께 말하는 엄숙한 교훈이다. 당신은 리더인가. 그렇다면 그대는 후대에 계승할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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