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6월 북가주 사우스 레익타호에서 스쿨버스를 타러 가던 11세 소녀 제이시 두가드가 차에 탄 괴한에게 납치된다. 제이시가 악몽의 그 날 아침 헤어진 엄마의 품에 다시 안기기까지는 무려 1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몇 년 전 미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전대미문의 납치사건의 주인공이 쓴 회고록 ‘스톨른 라이프’(A Stolen Life)가 ‘도둑맞은 인생’(사진·문학사상)이란 제목의 한국어 번역판으로 출간됐다. 이영아 옮김. 324쪽. 원작은 지난 7월 출간돼 첫 날에만 17만5,000부가 팔려나가며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대필 작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썼다는 이 책에서 제이시는 납치 순간부터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올 때까지 18년의 끔찍한 기억을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전기 충격기로 제압당해 차에 실린 제이시는 낯선 집의 뒤뜰 창고로 끌려가 감금된다. 수갑이 채워진 채 성폭행 전과자인 납치범 필립이 주는 음식에 의존해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한 달쯤 지났을 때 필립은 어린 제이시를 강간하기 시작했고, 이따금 마약에 취한 채 ‘달리기’라고 표현한 끔찍한 장시간 섹스로 제이시를 괴롭혔다.
납치를 도운 필립의 아내 낸시도 필립의 강간을 묵인했다. 급기야 제이시는 열네 살 때와 열일곱 살 때 두 차례 임신해 창고에서 두 딸을 낳게 된다.
이후 필립의 강요로 제이시는 알리사라는 새로운 이름을 짓게 되고, 두 딸은 제이시 대신 낸시를 엄마로 부르며 다섯은 비뚤어진 가족 행세를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가석방 상태이던 필립이 특정 종교에 심취하고 피해망상증이 심해지면서, 수상한 낌새를 알아챈 보호관찰관에 의해 제이시의 존재가 18년 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책 속에는 열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과 단절됐지만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두 딸을 낳은 이후에는 대견한 엄마 노릇까지 하며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던 제이시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납치 초기 자신과 세상을 연결해 주던 유일한 통로인 필립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낸시에게 호감을 얻도록 노력하고, 마지막 순간에도 이들 부부를 보호하고 싶어 했던 제이시의 미묘한 심리도 가감 없이 표현됐다.
회고록 집필을 주저했던 제이시는 더는 필립의 비밀을 지켜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집필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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