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연준·오바마에 도움..재고·공급과잉 우려
세계 경기 침체로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다우존스-UBS 상품지수에 따르면 원유와 구리, 원면 등 원자재 가격이 지난 2월 이후 평균 9%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이처럼 많은 원자재에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며 가격 하락폭 역시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다고 전했다.
2개월 전까지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원유 가격은 이날 오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원면 가격은 올해 들어 22% 떨어졌다. 미국산 열연강판 기준가격은 최근 2개월 사이에 13% 내려갔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추락은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몇 개월 전까지도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했고 세계 경제의 엔진 구실을 하는 중국의 성장세도 견조하며 원자재 공급에 여유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중국의 경기 둔화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됐고 유럽 위기는 진정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됐다.
원자재 가격의 내림세는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경기 부양 압박을 받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선 도전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 2년 만에 처음 하락세를 기록했고 휘발유, 의류, 커피 등의 가격은 큰 폭으로 내렸다.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줄어 경기 부양책을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고 휘발유 가격 하락은 경기 둔화에 시달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재고 증가와 공급 과잉이 문제다.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의 실물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저장 시설은 원유로 가득 차 있다. 중국에서는 면화 창고에 여유가 없어 보관료가 상승하고 있으며 철광석은 보관 장소가 없어 길거리에 쌓여 있다.
투자회사인 스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빌 스미드 최고경영자는 "주요 원자재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고 증가와 공급 과잉으로 원자재 가격 내림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하락에 대한 반발 심리와 투자 축소 등으로 상승 전환이 이뤄지거나 하락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미국 원자재 시장에 단기적인 투기 수요가 있다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고 일부 원자재 업체들은 투자를 줄여 미래의 공급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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