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고 있고 바람도 많이 분다. 이런 날씨면 언제나 둔하고 미지근한 통증이 왼쪽 갈비뼈 밑 어느 곳에서 시작한다. 언제부터였는지 나타난 아픔은 병원의 의사도 모르고 엑스레이도 찾지 못한 채, 그냥 함께 오랜 세월 지나간다. 돌아누워도 옆으로 누워도 힘들고 신경 거슬리는 그 갈비뼈 밑의 자리는, 가끔 무거워져 찾지 못하는 마음이 있는 곳이다.
내가 사는 곳은 항상 겨울에만 비가 내리면서 물난리가 나고 태풍이 불지만, 영하로 내려가는 때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내 안의 오만 것들은 덜덜 떨리면서 두꺼운 털 코트를 우스꽝스럽게 입고서도 아주 많이 춥다고 한다. 30년을 이렇게 추위를 타다 그때의 작은 추위 조각들이 조금씩 더해져, 어느덧 왼쪽 갈비뼈 밑에 옹기종기 자리를 제대로 잡았나 보다.
찬 계절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그 통증은 시작되고, 진통제를 먹긴 약하고 아프지 않은 척하기에는 제대로 걸리적거리는 채 온겨울을 지나간다. 그럴 때엔 속의 아주 깊은 곳에 숨겨진 작은 불씨를 찾아야만 한다. 꺼질 듯 꺼질 듯하면서도 지켜오는 삶의 불씨는, 아마 내 어미도 또 그 어미의 어미도 또 그 어미의 어미도 지니고 있다가 알게 모르게 전해준 것일 것다.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아주 작은 숨으로 천천히 불어가면, 내쉬는 숨의 힘으로 붉은빛을 보여 주며 편안한 자궁 속에서의 잠이 찾아온다. 이 불씨를 찾기 전엔, 차가운 얼음 같이 쨍하는 아픔이 올 때는, 무섭도록 시퍼렇고 잔인하기까지 한 진초록의 태평양 바다 앞에서, 들리지도 않는 찢어지는 울음과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고, 새벽의 미친 듯한 그리움과 외로움에 무조건 차를 끌고 간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먼 비행기 꼬리의 태극마크를 보며, 아무도 없는 의자에 앉아 덜덜 이를 떨기도 하였다.
가질 수 없는 것일수록 더 아름답고 애잔하고 갖고 싶어지는 것이라 하더라만, 그것은 내 몫이 아닌 줄 알면서도 붙드는 얕은 집착의 편협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차게 부는 바람과 화난 비가 오는 날이 많은 인생의 겨울이 다시 아프게 할 지라도, 내 입으로 부는 숨으로 하얀 재를 뒤집어쓰지 않게 조심조심 불씨를 살리면서, 소중히 그 불꽃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긴세월의 진한 손때 묻혀, 또 누군가가 그런 통증으로 힘들어할 때 스스럼없이 알게 하리라는 자만감으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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