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동안 친구의 강아지를 돌보게 되었다. 나는 강아지를 특별이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면 보통 귀여운 것을 보았을 때 처음 1~2분 정도 밖에 가지 않는 반응이다. 친구가 처음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 강아지랑 얘기를 하려니 머쓱하기 그지없었다. “너 참 귀엽구나”를 몇 번 되풀이하다가 할말이 떨어져 어색한 첫 데이트처럼 침묵이 흘렀다. 강아지도 내가 낯선지 친구가 가져온 장난감을 던져봐도 그 자리에서 나를 심드렁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나도 뻘쭘해서 그 자리에 서서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친구가 강아지 앞에서 춤을 추는 걸 지켜보았다. 친구는 강아지와 정말 순수하고 진실하게 놀고 있었다. 강아지는 마치 같이 춤을 추려는 듯이 뒷다리로 서서 점프를 했다. 강아지가 친구의 손을 핥자, 친구는 뽀뽀해줘서 고맙다며 기뻐했다. 안 그래도 균에 예민한 나는 사실 동물을 만지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고, 만지고 난 후에는 곧장 손을 닦아버린다. 하지만 강아지가 내 손을 핥는 것을 나에게 뽀뽀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강아지가 갑자기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강아지는 좀 특별했다. 이 순하기 그지없는 강아지는 살을 맞대고 옆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소파에 앉아 있으면 옆에 와서 머리를 내 무릎에 살포시 기댄다. 내가 잠바를 걸쳐 입는 것을 보면 산책시간이란 것을 알고는 문 앞에서 기다리는 똑똑한 녀석이다. 내가 귀여워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나는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강아지와 얘기를 시작했다.
아무도 없을 땐 혼잣말처럼 강아지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였고, 조금 간지러웠지만 나의 고민도 털어놓으며 진실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칭찬해주면 강아지는 배를 긁어달라고 등으로 누웠다. 배를 긁어주면 양쪽으로 굴러다니면서 좋아했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을 트기 시작한 것 같다. 우리는 벌써 꽤 친해졌고, 강아지가 가고 이제 나는 허전하기까지 하다.
애완동물이라고 가볍게 보지 않고 정성스럽게 강아지를 돌보며 소통하는 친구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강아지와 노는 데도 시간과 관심,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와도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진실되게 마음을 주고 성의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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