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김구 초빙교수’로 보스턴에 머물고 있는 데이빗 정 미시건대 교수(예술디자인학과)가 워싱턴을 잠시 방문했다.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왔다”고 밝힌 정 교수(53)는 구 소련 당시인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고려사람: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을 제작해 한인사회는 물론 미 주류사회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사람. 이 작품은 캐나다 토론토 아시아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었다.
한 학기 동안 대학 및 대학 과정 학생들을 지도하게 된 정 교수는 “하버드대에 한인 초빙 교수가 많지 않은데다 최고의 교수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전쟁 후의 한국 사회의 발전 상황을 필름을 통해 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의 폐허, 박정희 군부 정권의 등장과 급속한 경제 발전, 한류, 세계 15위에 이르는 경제 강국으로의 발돋움$. 강의에서 다루는 주제를이다.
정 교수는 “하버드에 와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 나 자신이 놀랐다”며 “이제 한국이 전세계 ‘문화의 수도’가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평했다.
‘다시 태어난 한국’이란 주제로 진행되는 클래스에서는 요즘 신상옥 감독의 1958년 작품 지옥화(a flower from hell)가 연구 대상. 한국 전쟁 후의 기지촌의 사회상을 담아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영화에서 최은희 씨가 양공주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됐었는데 정 교수는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발전의 ‘엔진’을 완성한 박정희 전 대통령, 전세계를 유튜브 열풍으로 몰아넣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등 지금의 한국이 있게 한 인자들을 영화, 혹은 비디오를 통해 세밀히 들여다보게 된다. 정 교수는 “장난삼아 만들었다는 ‘강남스타일’이 그런 반응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한류의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규멘터리 ‘고려사람’은 우연히 그 지역에 갔다가 뜻밖에 그들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제작하게 됐다. 조국에서 4,000여마일이 떨어진 곳에 버려진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을 아직도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이 너무 신기했다.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돌아보게 만든 ‘고려사람’은 앞으로 이어져 나올 시리즈의 첫 프로젝트다. 중국, 일본, 미국, 라틴 아메리카 등 한인 디아스포라가 많은 지역에서 촬영을 계속 할 생각이다.
“나도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는 정 교수는 그러나 “약간 다른(different)”이라는 형용사를 앞에 붙였다. 뉴욕 총영사를 지낸 아버지 정규섭 제독이 독일 외교관으로 있을 때 태어난 그는 케냐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미시건대에 부임하기 전 정 교수는 조지 메이슨대에서 교수로 있었고 로슬린 메트로 역 등 워싱턴 곳곳에 작품을 남긴 워싱토니언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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