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금 다르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쓸 만큼만 벌고 나머지 시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취재한 이야기였다. 여기서 쓸 만큼이란 말 그대로 최저 생계에 필요한 돈이다. 부동산, 자동차, 은행예금, 보험 등 현대인이 삶의 안전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빠진 생계비용을 말한다.
방송에선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도시 유목민’이란 표현을 썼다. 도시의 경쟁사회에서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이 삶의 다른 대안으로 택한 방식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 중에는 주거에 투자하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여러 명이 공동주택을 전세를 내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고, 제주도에서 친구들과 게스트 하우스를 열어서 생계에 필요한 수입을 얻고 자유로운 시간엔 자기가 좋아하는 웹툰을 그리는 사람도 있었고, 라면가게라고 열어놨지만, 호객에 필요한 간판도 없이 알아서 찾아오는 손님만을 받는 가게 사장도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인생을 좀 즐기면서 살고 싶다고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살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방송을 본 나의 첫 반응은 이랬다. ‘참 어리네, 인생이란 게 원래 애쓰는 거고 힘든 건데, 뭘 모르네.’ 처음엔 인생 사십 년 살아온 깜냥으로 난 그렇게 반응했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인생이 쓰고 맵다는 걸 아는 것이고 살기 위해선 ‘즐거움’이란 건 고이 접어 둘 줄 아는 거라고 말이다. 며칠이 지나도록 계속 그 젊은이들이 떠올랐다. 내심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나보다 젊은 나이에 세상 사람들 다 휩쓸려 가는 물결에서 빠져나온 용기와 결단력도 그렇고 ‘내가 모르는 인생의 비밀을 아는 건가?!’ 이런 석연치 않은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내가 인생은 고해라는 정답을 맞힌 게 아니라, 살다가 쪼그라들어서 웃을 줄도 모르고 즐길 줄도 모르는 사람이 돼버려서 그것 밖에 고를 게 없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맞을까? 그 젊은이들이 맞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정답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사라졌다. 인생은 이렇게 또 오리무중이 된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을 잃으면 잃을수록 우리 동네 지도는 환해지는 법이다. 이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또 물어물어 인생이 뭔지 찾아가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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