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등장에 최고조***"차별 여전해"
▶ 마틴 루서 킹 목사 연설 50주년 기념
"내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
28일 워싱턴DC 내셔널 몰의 링컨 기념관 주변에는 간간히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오전부터 링컨 기념관 앞과 그 앞의 인공호수인 리플렉팅 풀 주변, 워싱턴 모뉴먼트 등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더니 오후 들어 눈에 띄게 불어 수만명은 족히 돼 보였다.
대부분 흑인이었지만 백인과 라틴계·아시아계 등도 제법 보였다.
이들이 모인 것은 50년 전 이날 한 흑인 목사가 미국 사회에 던져준 강렬한 메시지를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링컨 기념관의 계단에 서서 그 유명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을 한 게 꼭 50년 전 이날이다.
50년이 지난 이날 많은 인파가 그날의 감동을 되새김하면서 의사당에서 링컨 기념관까지의 워싱턴 대행진을 재현했다.
학교나 공동체 단위의 단체 참가자도 많았다.
표정은 시위에 참여하듯 성난 게 아니라 축제의 장에 나온 것처럼 한결같이 밝아 보였다.
이들은 당시와 비교하면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이 탄생할 정도로 흑인을 비롯한 소수 인종의 인권과 평등권이 신장되고 취업이나 승진 등의 기회가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았다.
킹 목사가 얘기했듯이 여전히 많은 흑인 등 소수 인종이 "차별의 굴레 속에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고, 풍요의 바다 한가운데 빈곤의 섬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하고 나서 150년, 킹 목사가 차별 철폐를 호소하고 나서 50년이 지났지만 미국 사회가 풀어야 할 인종·계층 문제가 아직 산적해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날 행사는 ‘자유의 종이 울리게 하라’라는 주제로 진행되면서 앵거스 킹 메인주 연방상원의원,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등 정치인들은 물론 마틴 루터 킹 3세, 동성애 옹호단체및 동양계 옹호단체 지도자등 인권단체 관계자및 오프라 윈프리, 제이미 폭스등 흑인 연예인등 다양한 인사들이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는 빌 클린턴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들도 참가해 킹 목사의 유산과 아직도 극복되지 않은 문젯점들에 대해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클린턴은 "이 행진 그리고 저 연설이 미국을 변화시켰다"고 선언했다.
카터는 킹 목사의 활동이 미국의 흑인들만 도운 게 아니라면서 "사실상 그는 모든 인류를 해방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분위기는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로 최고조에 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틴 루더 킹 목사가 50년전 바로 이 자리 링컨 기념관 계단에 서서 펼친 ‘나에겐 꿈이 있다’ 연설은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는 수백만 이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줬다”며 “인종차별과 억압에도 굴하지 않았던 인권주의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 ‘백만인의 행진’과 같은 인권운동으로 인해 미국은 큰 변화가 찾아왔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며 “킹 목사의 꿈을 완전히 이루기 위해서 인종, 문화, 언어를 뛰어넘어 함께 모든 미국인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이날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미국 인권 운동에 큰 획이 그어지기를 염원했다.
킹 목사의 연설이 있고 나서 평등권을 보장하는 시민권법(Civil Rights Act·1964년)과 소수 인종의 선거권을 규정한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1965)이 제정됐던 것처럼.
친구들과 함께 나온 여중생인 라지야 브라스웰(14)은 "킹 목사는 자신의 꿈을 통해 모든 이들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게 해줬다. 이런 꿈은 계속돼야 하고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50년전 이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한 지 100년이 지났건만 흑인들의 삶과 인권은 전혀 개선되지 않자 자유와 일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며 25만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모여 의회 의사당에서 링컨 기념관에 이르는 2마일의 내셔널 몰을 걸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로 기록된 워싱턴 대행진이다.
당시 킹 목사가 열망했던 꿈은 그리 큰 게 아니었다.
"옛 노예의 아들과 옛 주인의 아들이 조지아의 붉은 언덕에서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것, 나와 내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에 의해 평가받는 나라에서 사는 것, 그리고 흑인 소년·소녀가 백인 소년·소녀의 손을 잡고 형제·자매처럼 함께 걷는 것"이었다.
한편 28일 열린 기념행사는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과 프랑스의 에펠탑 앞 광장, 일본, 스위스, 네팔, 라이베리아에서도 열렸다.
<김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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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인 1963년 8월 28일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링컨 메모리얼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연설을 끝낸후 수많은 인파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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