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어TV 에서 한 가상 주제를 가지고 양측이 찬반 토론을 하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시청하였다. 그것은<부인과 함께 단촐하게 살고 있던 어떤 아버지에게 생각지도 않았던 돈 1억원이 생겼는데, 이것을 자녀들에게 알려야하느냐? 아니면 말아야 하느냐?>하는 것이였다.
요즘 세상에 아버지가 뜻밖의 돈이 생겼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알리면 자녀들은 아버지가 얼마라도 나누어 줄 것이라고 기대를 할 것이다. 어쩌면 사업 자금이 필요한 어떤 녀석은 그 돈을 몽땅(빌려?) 달라고 할 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얼마씩이라도 나누어 준다고 하면 누구에게 얼마를 더 줄지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 아버지를 바라볼 것이다. 아니면 우리 걱정 마시고 그돈으로 “아버님 어머님 편안하게 쓰시라”고 할 기특한 자녀도 있을 것이고.
토론은 점점 가열되더니 <자녀들에게 유산을 물려 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까지 발전하여 찬반 양쪽이 치열한 토론을 벌렸다. 자식에게 주려는데 무엇이 아깝겠냐는 의견으로부터 그렇게 다 줘봐야 줄 때 뿐 고마워할 자식 없다는 주장까지, 양측 모두 일리가 있는 말씀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부모가 남긴 재산이 많은 집 형제간은 대부분 재산 분배 과정에서 싸우지만 차라리 받을 것 없는 집안 형제들은 그대로 화목하더란 얘기도 누가 했다. 모두가 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얘기인 것이다.
토론 중에 나온 어느 아버지의 경험담이다. 아이들 사남매를 잘 키워서 출가시킨 아버지가 어느날 자녀들을 모두불렀다. 아버지 말씀이 “내 이제까지 너희들을 키우고 공부 잘 시켜서 사회에 내보냈다. 이제 너희들이 늙은 아버지를 좀 도와다오. 내가 그동안 빚진 돈이 3억이 된다. 너희들 각자 아버지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금액을 성의껏 이 종이에 써다오.” 그러자 자녀들이 자기가 도와드릴 수 있다는 금액을 적어 아버지를 드렸는데 아버지가 보니 참으로 한심한 액수이다. 다들 살만한 녀석들인데 큰 아들이 기껏 천만원을 써낸 외에 나머지 몇 백만원 씩이다. 아버지 빚이 3억이라는데 자녀들이 도와 주겠다는 금액을 다 합해봐야 2천만원이 안되는 것이다.
아버지 마음은 착잡했다. 사실 3억 빚이있다는 것은 한번 해 본 소리였고 다만 아버지는 재산을 자녀들에게 분배하기 앞서서 이 녀석들이 아버지를 어느 정도 생각하는지 한번 떠 본 것이다.
“너희들에게 내 재산을 미리 나누어주마. 너희들이 지금 써낸 각자 그 금액의 다섯 곱절만 주겠다.” 어떤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례. 남편이 남긴 땅 얼마와 임대 수입으로 사는 어떤 어머니에게 아들은 종종와서 돈을 빼내갔다. 나중에는 “있는 것 다 정리해서 서울로 오세요. 그러면 어머니 편안히 모실께요”하는 아들을 믿고 어머니는 나머지 재산을 팔아서 아들에게 주고 아들네 집에 가서 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싸가지 없는 것이 점점 어머니를 학대하더니 어머니를 개 취급하듯 밥도 밥상도 아닌 방 바닥에서 들도록 하는것이다. 어머니가 견디다 못해서 다시 시골로 내려왔으나 있던 재산 아들에게 다 주고나니 이제 먹고 살 방법이 없는 것이다. 어머니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토론의 결론은 네가 번 돈은 너 자신을 위해 <맛있게> 쓰라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갔다. 어떤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 자기돈 다 쓰고 죽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가난해도 자기 돈 다 못쓰고 죽는다” 그러니까 네가 번 돈 네가 다 쓰고 죽으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부모 맘이 어디 그런가? 다만 얼마라도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것이 대부분의 본심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필자는 한편 자녀들에게 남길 유산이 어찌해서 돈, 재물, 뭐 이런 것들 뿐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우리 한국 사람들의 개념으로 부모의 유산이라고 하면 당연히 값으로 매길 수 있는 유형의 재산만 생각한다. 그보다는 건강한 생활 태도, 우아한 취미, 아니면 富에 대한 가치관,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 이런 무형의 재산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자녀들에게 집 한칸 못 물려주는 것은 그다지 부끄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 세상을 사는 지혜 같은 것을 자신의 삶을 통해 자녀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면 그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한국에 있는 내 동생은 <자식들에게 유산 안 물려주기> 클럽 회원이다. 회원들은 대부분 중소기업 대표인데 회원에 가입이 되면 먼저 자녀들에게 “너희들에게 원하는 만큼 학교 교육은 시켜준다. 그 대신 아버지에게 한 푼도 상속 받을 생각을 하지말라”고 분명히 선을 긋는단다. 그리고 매달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취미활동도 하고 자선 사업도 하는데 흥미있는 사실은 그렇게 하니까 회원의 아이들 학교 성적이 전보다 많이 향상되더라는 것이다. 아마 믿을 것은 아버지가 아닌 자기 자신 뿐이라는 각오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아버지는 자식에게 유형 재산보다 더 중요한 <독립심>이라는 무형의 재산을 선물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이는 말한다. 자녀들에게 재물을 물려줄 생각을 하지 말고 차라리 올바른 가치관을 물려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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