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락 친나왓 총리 퇴진 요구 정부 청사·경찰본부 봉쇄도
▶ 오빠인 탁신 전 총리 사면 추진이 원인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 청사에 이어 29일 육군본부를 점거했다.
반정부 시위대 1,200여명은 이날 방콕 시내에 있는 육군 본부 마당을 점거했으며, 점거 약 2시간 만에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시위대가 본부 정문을 넘었지만 건물 안에 진입하지는 않았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시위대 해산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육군으로 하여금 편을 들게 만들지 말라”며 “어느 쪽도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시위대는 이날 오후 방콕 중심가에서 시위를 벌인 뒤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미국이 최근 정부 청사를 점거한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한 데 대해 잉락 총리 정부가 합법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서한을 미 대사관 직원에게 전달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집권 푸어 타이당 당사 바깥에서 시위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25일부터 재무부 등 일부 정부 청사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28일에는 국립경찰본부를 봉쇄하고 약 2시간 동안 전력과 물 공급을 끊었다.
잉락 총리는 이번 시위 사태로 2011년 집권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의회는 28일 잉락 총리에 대해 야당이 제출한 불신임안을 부결시킨 뒤 29일부터 휴회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 21일 회기를 연다.
반정부 시위대는 다음 달 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생일을 앞두고 이번 주말 다시 한 번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관측통들은 국민으로부터 큰 존경을 받는 푸미폰 국왕 생일 전후에 시위대가 시위를 자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국 반정부 시위 배경
태국의 반정부 시위 사태는 집권 푸어 타이당이 탁신 친나왓(64) 전 총리의 사면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괄적 정치사면 법안을 추진한 것을 계기로 이달 초부터 본격화되면서 한 달째 접어들었다.
야권은 현 잉락 친나왓(46) 총리가 퇴진하고, 그의 오빠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총리를 지냈던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을 근절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한다는 강경 입장이다.
탁신 일가는 정치적으로도 유명한 집안이지만 태국 최고의 재산가문 중 하나이다. 포브스는 올해 탁신 전 총리의 재산을 약 17억달러로 추정하기도 했다.
탁신 전 총리는 화교 집안 출신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출발해 1990년대 휴대전화 서비스 사업권을 획득한 뒤 태국 최대의 정보통신 재벌로 성장했다.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총선에서 승리해 기업가에서 총리로 변신했으나 2006년 19억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회사 주식을 싱가포르의 테마섹 그룹에 매각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부정부패로 유죄선고를 받고 2008년부터 해외 도피 중이다.
그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총리가 지난 2011년부터 태국 정부를 이끌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해외에 머물면서도 태국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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