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은 끝났다. 박수를 쳐라’ 베토벤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 베토벤은 왜 그처럼 고뇌에 찬 선율의 삶을 살고도 임종시에는 인생을 희극으로 규정했을까? 그것은 산다는 것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존재의 모습을 긍정하기 위한… 희극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베토벤과는 달리 모차르트는 희극적인 삶을 살았다. (다소 일찍 사망한 것 만을 빼놓고) 그의 오페라 작품이 대체로 코메디였으며 그의 삶도 세속적이었다. 시집가고 장가가고… 뭐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는데 그것이 세속적이었던 것 만큼이나 그의 음악들도 생기로 가득 차 있다.
원초적 본능이라고나 할까,다소 경박한 듯 하면서도 현대인의 고독을 가득 채워주는 발랄함… 마치 원통한 노총각의 한을 풀어주는 중매장이… 피가로의 음악같았다고나 할까. 그의 음악을 통해 사람들은 훈훈한 애정… 삶의 번거로움을 잊는 생기…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큐피트 화살에 전율하기도 한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결혼은 에너지를 뜻한다 할 것이다. 삶에 대한 애정… 삶에 대한 흥미… 삶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은 결혼을 원치 않는다. 배신의 경험… 삶이 복잡하고 내부로 침체된 사람… 바람 빠진 영혼은 결혼을 원치 않는다. 염세주의 철학자같은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결혼은 또 신뢰를 말하기도 한다 할 것이다. 남을 믿지 못하는 자, 자신을 믿지 못하는 자가 결혼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과의 신뢰… 소통을 주고받으며 기쁨을 느끼는 자들… 가득한 성취욕과 남을 밟고 일어서기만 좋아하는 정복자들은 행복한 결혼을 소유할 수 없다. 결혼은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 따스하고도 섬세한 인격체들의 만남이다. 마치 모차르트의 음악같은 것이라고나할까.
모차르트를 대표하는 명작 중의 하나가 바로 너무도 유명한 ‘피가로의 결혼’이다. 피가로의 결혼 전편에 속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로시니작)와 함께 오페라의 대명사로 불리우고 있는 이 작품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두 작품 모두 결혼을 주제로한 작품인데, 연극으로 처음 발표될 당시 귀족 사회를 조롱했다고 하여 공연 금지가 되기도 했지만 두 편 모두 재기 넘치는 선율… 뛰어난 작품성 때문에 오페라의 표준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1782년 파이지엘로라는 자가 작곡한 ‘세빌리아의 이발사’(로시니작은 리메이크 한 것임)이 관객몰이에 성공하자 모차르트는 대본작가 다 폰데를 찾아가 속편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 ‘피가로의 결혼’이 탄생하게 되었다. ‘나비는 더 날지 못하리’ 등 유명한 아리아가 많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이 작품의 서곡일 것이다. 수많은 오페라 서곡이 있지만 ‘피가로의 결혼’ 서곡 만큼 널리 연주되는 작품도 없을 만큼, 밝고 명쾌한 선율이 희망의 메시지로 날개짓 치는… 마치 신년 벽두에 어울리는 음악이라고나 할까.
갑오년 태양이 붉게 솟아 오른 2014년이다. 어딘가 불안하기도 하고 희망이 교차되는 신년. 침체된 마음을 내려놓고 거리로 나가보자. 세상은 활기차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 메워진 거리… 빌딩사이로 번져오는 정오의 사이렌 소리… 몰려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분주하기만 하다. 도대체 어디로들 가고 있는 것일까? 모두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바쁘기만 하다. 결혼했다고 해서, 혹은 삶이 깨졌다고해서… 누구에게나 편한 삶은 없을 것이다. 다만 두려운 것은 서로의 무관심이다. 박수없는 삶… 웃음없는 삶 속에서 깨진 삶의 편린들을 조각조각 주워담어 너털웃음과 해학… 코믹의 페이소스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결혼하는 것이 아닐까? 결혼의 해학과 조롱… 웃음이 사이렌 처럼 울리는 ‘피가로의 결혼’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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