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비스 연장심사 까다로워져
▶ 6개월 넘기면 병세따라 당국서 지속여부 결정, 정부지원 삭감,보험료 환불액 줄어 감시 강화
필리스 파인(84)의 가족은 펜실베니아 호스피스의 서비스 중단 통지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미 예상했던 결과이기에 달리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었다. 파인이 처음 호스피스에 가입한 것은 심장판막 수술을 받고 난 직후인 2012년의 일이었다. 수술 합병증으로 중증 뇌졸중이 찾아오면서 그녀는 혼자 힘으로 걷지도 먹지도 못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가족들은 임종준비 간호인 호스피스 서비스에 등록 신청을 했다.
‘이름은 헛되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옛말은 호스피스 서비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목사를 포함, 환자의 ‘마지막 길’을 살펴줄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호스피스 간호팀은 파인이 입주한 너싱홈으로 찾아와 매일 몸을 씻겨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침대 곁을 지키며 말벗이 되어주는 등 정성을 다해 그녀를 돌보아주었다.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주는 것 역시 이들의 일이었다.
덕분에 가족들은 몸과 마음 모두를 피폐하게 만드는 중환자의 병수발에서 벗어나 일상 업무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러나 90일간의 1차 연장을 거쳐 서비스 개시일로부터 180일이 지나자 환자 가족들의 주의를 요구하는 다소 성가신 일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우선 파인이 가입된 노인보험 메디케어의 규정에 따라 매 60일마다 호스피스 서비스 재인증을 받아야 했다.
원칙적으로 호스피스 서비스는 잔여생명이 6개월 미만일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에게 제공된다.
따라서 서비스를 받은 뒤 6개월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살아 있거나 오히려 상태가 호전된 환자들은 60일마다 한 번씩 의료위원회로부터 서비스 지속 여부를 결정 받아야 한다.
파인의 체중이 더 이상 줄지 않고 그밖의 다른 노쇠신호도 포착되지 않자 환자상태를 평가한 위원회는 파인의 가족에게 서비스 중단을 통고했다.
파인의 가족은 그녀의 상태가 다소나마 호전된데 감사하며 의료위원회 결정에 승복했지만 일레인 윌렛(90)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윌렛은 수년간 노환을 앓아 왔다. 툭하면 넘어져 낙상을 입었고, 온갖 세균에 감염돼 만성질환에 시달렸다.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윌렛은 결국 기동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하루 종일 침대 신세를 지게 됐다.
윌렛은 “인위적인 생명연장을 원치 않는다”며 “때가 되면 편히 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족들에게 분명하게 인지시켰지만 딸 캐롤 윌렛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언급하자 모두들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그들은 아직 임종을 준비할 정도로 심각한 단계가 아니라는 주관적 평가에 매달리고 싶어 했다.
그러나 윌렛이 루게릭병 판정을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녀가 불치병 말기환자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되자 가족들도 호스피스 간호에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드디어 지난해 11월 중순, 조무사와 간호사, 소셜워커와 목사로 짜여진 호스피스 팀이 환자를 찾아오는 ‘방문간호’가 시작됐다.
하지만 불과 1개월 만에 윌렛의 가족들에게 서비스 중단이 통보됐다. 윌렛의 상태가 6개월 이내에 숨질 만큼 나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호스피스 전문단체나 업체들은 메디케어 규정에 따라 필요한 경우 언제 건 환자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 만약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은 환자에게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적지 않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메디케어 페이먼트 어드바이저리 커미션’이 2009~2010년 자료에 근거해 추산한 바에 따르면 매년 호스피스 환자의 20%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서비스 중단조치를 당한다.
호스피스 간호는 환자의 사망으로 끝나야 정상이다. ‘전국 호스피스 및 통증경감 치료기구’의 서베이는 조기 ‘퇴출’ 케이스의 3분의 1이 환자 자신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는 캘리포니아 호스피스 환자 100만명의 기록을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2002~2012년 산 채로 서비스 중단조치를 당한 환자들의 비율이 5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파른 증가세는 이전의 추세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호스피스 관계자들은 죽어가는 환자들이 너무 늦게 연락을 취해 온다고 투덜대곤 했다.
조금만 일찍 서비스 신청을 했더라면 큰 혜택을 보았을 불치병 말기 환자들이 미적거리다 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탄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서비스 퇴출을 당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감독기관인 CMS가 눈에 불을 켜고 호스피스 운영 실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게 문제다.
CMS는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의 약자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보험관련 감독업무를 총괄한다.
CMS는 특히 6개월 이상 장기치료를 받는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찰한다. 이처럼 감시가 강화된 탓에 호스피스 업체들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호스피스가 신청한 보험료를 검토해 결제하는 CMS 담당자들은 장기 서비스를 받는 환자의 몸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다.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CMS는 호스피스사에 보험료 환급을 수개월에서 수년간 처리해 주지 않고 미적댄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규모인 샌디에고 호스피스도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보험료 환불을 받지 못해 끝내 파산신청을 해야 했다.
6개월을 넘긴 환자들을 계속 돌봐주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연방 정부의 자동지출 삭감조치로 지난해 호스피스 지원 예산이 2%가량 깎였고 오바마 의료개혁법으로 추가 삭감이 이뤄지면서 올해 호스피스 서비스에 대한 메디케어 보험료 환불액이 4%가량 낮아진 것도 환자를 가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압박 요인이다.
그래도 6개월을 넘긴 환자들에게 계속 도움을 제공하고 싶은 호스피스 측은 환자의 체중감소를 추가 간호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빨리 죽지 않는 환자에게 호스피스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적어도 논리적으로 하자가 없는 듯싶지만, 가족의 입장에서 불쾌한 것도 사실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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