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는 봄꽃임에도 가을같은 애처러움이 있다. 아마도 꽃말의 의미 때문일지도 모른다. 산야에 버려진 진달래를 김소월은 ‘떠나는 님’(이별)이라 노래하기도 했지만 그 소박한 아름다움은 우리민족의 정서를 상징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높이 2- 3미터의 갸냘픈 줄기에 소박하게 피어나는 꽃이지만 꽃술이 분명한 것이 결코 꺾이지 않는 민족의 정기를 대변해 주는 듯 하다. 관상용으로 키우기도 하고 한방의 약재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른 봄 야산 혹은 들녘에서 이름없이 피다 진다. 모습이 애잔하고 꽃빛이 은은하여 책갈피 속에 말려 두었다가 카드를 만들어도 아름답다. 우리가 살던 ‘방미’라는 동네에도 유난히 진달래가 많이 피어 봄이면 진달래 따라 산너머 산… 봄나들이 소풍객들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맑은 개울을 따라 산길로 접어 들면 산세가 깊어지고 작은 암자에서는 목탁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박종화의 소설이었던가, ‘다정불심’ … 노국 공주의 한이 들려오는 듯… 깊은 불심으로 천년을 이어온 민족의 애화… 한자어‘두견화’라는 이름처럼 大韓의 강토를 피 토하듯 그렇게 붉게 불들이며 민초의 한을 아련한 빛으로 승화시켜왔는지도 모른다.
진달래 꽃은 김소월의 시가 유명하고, 그 시에 곡을 붙인 김동진의 가곡으로도 유명하지만 어린시절에 즐겨 부르던 동요 ‘진달래 꽃’(박화목 작사, 박흥수 곡) 또한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맑고 아름다운 곡이다. 산에 산에 진달래꽃 피었습니다/진달래꽃 아름 따다 날 저뭅니다/한잎 두잎 꽃뿌리며 돌아옵니다/뻐꾹새 먼 울음도 들려 옵니다산에 산에 진달래꽃 피었습니다/진달래꽃 아름 따다 날 저뭅니다/산길은 봄 어스름 살살 내리고/저녁놀 서쪽 하늘 붉게 탑니다김소월의 시, 김동진의 곡과는 다르게 간결하고도 단순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진달래 본래의 아름다움… 그 애틋한 한을 깊이 전달해주는 아름다운 동심을 담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서울 도심에서 자랐기에 진달래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아버지의 전근으로 변두리 끝자락으로 이사했던 그 시기는 어쩌면 정서적인 은총이었는지도 모른다. 큰 집은 아니었지만 마당 가득했던 장미… 그리고 15척 라일락 나무가 봄이면 풍성한 보랏빛 꽃과 그 내뿜는 강렬한 향기로, 뒷산의 진달래와 함께 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한폭의 그림이곤 하였다.
음악을 듣거나 책읽기에도 좋은 분위기였지만 간간히 TV 동요대회 프로그램에서 들려오던 ‘진달래 꽃’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린 유년기를 재생해 주었던 아름다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동요대회에서 장원을 했던 아이들 중의 한 명이 바로 베이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지연씨(성악가이며 지휘자)였다고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지만 아무튼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때때로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큰 감명을 주곤한다. 그것은 동심이야말로 우리들의 희망이요 또한 고향이기 때문이다. 목청이 맑고 노래 잘하는 아이들 중에 유난히‘진달래 꽃’을 부르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봄이되면 피고지던 진달래꽃…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무너져가는 초가마을의 아련한 그림자일 뿐이지만 진달래의 노래가 들려올 때면 어제 본 듯 선한 그 세계로 늘 달려가고 싶어지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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