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달 째 타민족들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를 준비하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것들을 얻는다. 35년 미국에 살며 퇴색해 있던 내 정체성과 애국심도 살아나는 듯하다. 다른 민족을 내 민족처럼 감싸 안다 보면 타민족도 내 민족을 좋아하고 지지하여 진정한 교류와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타민족을 감싸 안으며 한인과 한국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여러 관계자들 앞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한국, 한국어, 한국문화를 아무리 알리려 해도 우리가 다른 나라, 언어, 문화에 관심이 없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런 말을 못했을 것이다.

입이 닳도록 교회에 나오라고 전도하는 사람보다 올바른 생활로 본을 보이는 분이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겸손한 자세로 타민족을 돕고 진심으로 손을 내밀면 한인커뮤니티에 대한 평이 좋을 것이다.

카운티 도서관에서 타민족 대상으로 대학입학 관련 강연을 했다. 그러자 한국문화를 알리려 했던 것도 아닌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한국과 한국문화에 관심을 보였다. 꼭 필요한 강좌였다, 정말 고맙다며 두손 꼭 잡고 놓지 않던 베트남 가족과 중국, 필리핀 부모들의 눈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최근에는 중국계, 영미계, 이탈리아 출신인 다민족행사 준비위원들 몇 명이 독도 청원서에 사인을 하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 문화원 봉사자들이 아무런 대가없이 여러 민족이 어울려 하나가 되자는 의미로 행사를 기획했는데 도움을 받은 타민족들이 이제는 한국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싶다고 물어온다. 타민족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도미노 같은 연쇄작용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