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소매점 신용카드 거부…은행 앞엔 연금수급자만 줄 서
▶ 국민투표 의견 분분…"유로존 남아야" vs "세금 더 올려선 안돼"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주말 내내 닫혔던 은행 지점들의 철문은 월요일인 29일(현지시간) 오전에도 그대로였다.
도심의 현금자동출금기(ATM) 앞에는 외국 방송사 기자들만 진을 치고 있었고 ATM을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들만 종종 유로화를 출금했다.
정부는 전날 저녁 은행 영업을 내달 6일까지 잠정 중단한다는 발표로 국민을 또 한번 일부 현금이 남은 ATM으로 달려가게 했다.
이미 주말 내내 아테네 시민들은 채권단의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발표로 자본통제 가능성이 커지자 현금이 떨어지지 않은 ATM을 찾으러 먼 발걸음을 했기에 이날은 모두 ATM 앞을 그냥 지나쳤다.
정부가 신용카드나 현금카드가 없는 연금 수급자를 위해 연금 지급 업무를 오후부터 정상적으로 한다고 발표하자 은행 지점들에는 노인들만 줄을 섰다.
금융 거래가 마비되자 일부 카페나 소매업체 등은 신용카드를 꺼내 든 고객에 현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내 주유소 곳곳에선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미리 기름을 채워두려고 몰고 나온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스 정유업체들은 휘발유와 경유 재고량은 수개월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밝혔지만 주유소 앞 정체는 좀체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은행과 주유소 말고는 아테네 시내의 광경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시민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카페 야외석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셨다. 슈퍼마켓 진열대에도 식품들이 떨어지지 않았고 고객들은 당장 먹을 요거트 1병만 사는 등 사재기를 목격하기 어려웠다.
신타그마 광장 앞에는 1주일 뒤에 추첨하는 복권들을 파는 상인들이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었으며, 몇몇 시민들은 가판점에서 걸린 신문 1면을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있었지만 신문을 사지 않고 자리를 떴다.
광장에서 만난 아테네 시민들의 국민투표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었다.
회사원 마노스씨는 "오는 일요일 투표를 한다면 찬성에 찍겠다"며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가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정부나 채권단 모두 블러핑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해법을 잘 찾을 것으로 믿는다"며 며칠 전에 유로화를 찾아 뒀고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리스 방송사 기자인 이아니스씨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도 달라질 게 별로 없을 거 같다"며 "이미 5년 동안 긴축해서 더 잃을 것도 없고 세금도 많이 올렸는데 또 세금을 올리자고 묻는다면 당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 생활자를 제외한 시민들의 관심은 연금 삭감보다 증세에 맞춰졌다.
현대중공업 아테네지사 관계자는 "선주들과 말해보면 증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중산층 이상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제안한 법인세 인상과 기업의 연금 기여금 증액 등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산물 식당 주인 디미트리스씨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대로 카페나 레스토랑의 부가가치세를 23%로 올리면 지금보다 업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텔 매니저인 소피아씨는 국민투표에서 찬반이 결정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투표 안건이 아직 뭔지도 잘 모르겠고 정부도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당장 내일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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