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투표 찬반 집회 번갈아 열려…’네 유로’ vs ‘오히 유로’
▶ ’반대하면 재앙 그 자체’ vs ‘5년간 망가져서 더 나빠질 것도 없다’
그리스 운명을 결정할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민은 ‘네’(NAI, 예)와 ‘오히’(OXI, 아니오)로 분열됐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 중심에 자리한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과 주변 도로는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네’ 집회와 거부하자는 ‘오히’ 집회가 번갈아 열렸다.
◇"그리스는 내가 태어난 곳, 유럽은 나의 모국"
경찰 추산으로 2만명이 참석한 30일(현지시간) 찬성 집회에는 유럽연합(EU) 깃발과 그리스 국기가 나부꼈다.
소나기와 번개가 치는 악천후에도 찬성 지지자들은 우산을 쓰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인증 샷’을 찍는 등 밝은 얼굴로 집회에 참여했다.
이마에 10유로 지폐를 붙인 할아버지 손을 잡고 나온 손녀 딸은 ‘네 유로’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었다.
두 청년은 ‘그리스는 내가 태어난 곳, 유럽은 나의 모국’이라고 쓴 현수막을 들어 외신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가슴에 ‘NAI’라고 써진 스티커를 붙인 직장인 크리스티나 씨는 "국민투표에서 반대로 결정되면 엄청난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경제만 걱정되는 게 아니라 EU를 떠나면 민주적 절차들도 보장되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남성은 "그리스는 안정이 필요하다, 드라크마로 돌아가면 고통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을 겨냥해 ‘Get the Varou-F*** out of here’라고 욕설이 섞인 팻말을 들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는 콘스탄티노스씨는 국민투표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예스에 찍을 거다. 그리스엔 이성적인 사람이 더 많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유럽인으로서 자랑스럽지만, 이런 유럽이라면 거부한다"
전날에는 경찰 추산 1만3천명이 참석한 반대 집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이 집회에도 그리스 국기들이 곳곳에서 펄럭였다. 국회의사당 바로 앞 대형 그리스 국기에는 ‘OXI, NO, NEIN’이라고 쓰였다.
채권단의 가혹한 긴축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집회에는 유독 아니오의 독일어 ‘NEIN’이 많이 목격됐다.
집회장에서 만난 시민 상당수는 긴축 정책을 주도한 최대 채권국인 독일에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변호사라는 스피로스 씨는 "국민투표의 반대표는 EU 탈퇴를 뜻한다고 (찬성론자들이) 주장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유럽인으로서 자부심이 있지만 이런 유럽이라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렌덤(구제금융 각서)에 사인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보호라는 가치의 유럽이 아닌 독일 제국의 유럽에 남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광장 여기저기서 "오히, 오히, 오히"라는 구호가 들렸지만, 시위라기보다 여름밤 축제 분위기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와 대학생, 연금생활자 등 계층도 다양했다.
월급이 700 유로(약 87만원)라는 50대 남성은 "5년 동안 월급이 줄었고, 세금은 늘어서 그리스는 가난해졌다. 자살한 사람도 많아졌는데 또 긴축하라고 하면 어떻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단호하게 반대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흔한 그리스 남성 이름인 야니스라고만 밝힌 대학생은 투표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반대"라고 답했고, 최근 여론조사는 찬성이 더 많지 않았느냐고 묻자 "가난한 사람이 70%다.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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