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륭한 대화, 공통관심, 유머감각 등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더딘 사랑’ 많다
▶ ’짝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변하고 역전할 수도 있어’
영화 ‘사고친 후에(Knocked Up)’의 한 장면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의 수강생이 소규모인 한 심리학 강좌.
학기초에 수강생들에게 남녀 상대의 이성적 매력도를 매기도록 했더니 가장 호감도가 높은 사람에 대해 의견이 상당히 일치했다.
수업을 같이 들은 지 3개월 후 같은 설문에서는 매력녀, 매력남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게 나왔다.
왜 그럴까? 지난해 인간생태학 전공 폴 이스트윅 조교수와 함께 이 연구 결과를 펴낸 대학원생 루시 헌트는 "짝의 가치에 대한 생각은 함께 하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며 어떤 사람에겐 매력없던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매력있던 사람의 매력이 떨어지는 일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1일 이 심리 실험을 소개한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태도 변화는 짝짓기 게임에서 짝 찾기에 실패하는 사람을 줄여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이스트윅 박사의 말을 인용했다. 모든 게임 참가자가 같은 한 사람을 놓고 경쟁하지 않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매력도에 대한 합의가 약해짐에 따라 경쟁이 약해지게 된다. 내가 특별히 호감을 갖는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은 그리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스트윅 박사는 설명했다.
이스트윅과 헌트 두 사람은 노스웨스턴대의 엘리 핀클 심리학 교수와 공동으로 ‘시간 효과’ 실험을 추가로 실시했다.
실험 대상엔 결혼한 지 50년 이상된 부부, 이제 겨우 수개월째 데이트중인 커플, 서로 아는 사이에서 이제 막 연인관계로 발전한 커플, 만나자마자 데이트를 시작한 단계인 커플 등 여러 종류의 커플이 섞여 있었다.
각 쌍마다 상대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했더니, 데이트를 시작하기 전 얼마나 오래 알고 있던 사이냐에 따라 또렷이 패턴이 드러났다.
만난 지 1개월 미만인 데이트 커플들은 상대가 육체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똑같이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서로 오래 아는 사이였거나 연인이 되기 전 친구 사이였던 커플들은 매력적이었던 사람이 쉽사리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고 마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감정의 점진적 변화는 드문 일이 아니라고 킨제이연구소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6세기 시인 크리스토퍼 말로위가 "사랑해본 그 누군들, 첫눈에 빠지지 않았으랴?"라고 읊었지만, 지난 2012년 피셔 박사의 조사에서 처음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의 33%, 여성의 43%라는 매우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피셔 박사는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이 과정을 "더딘 사랑"이라고 이름붙이고 만혼이 늘어남에 따라 "더딘 사랑"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 데이트앱인 틴더 같은 "온라인 데이팅이 짝의 가치를 미모 등과 같은 몇몇 피상적인 것들로만 평가토록 하는 것이 소름끼치도록 만들지만, 이는 과정의 시작일 뿐, 누군가를 만나 점점 알게 되면서 짝의 가치도 변해가기 마련"이라고 피셔 박사는 강조했다.
피셔 박사의 조사에서, 짝에 대한 감정의 변화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훌륭한 대화" "공통의 관심" "상대의 유머감각을 좋아하게 됐다"는 등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외모와 재산, 가문이 별 볼일 없다는 이유로 엘리자베스를 무시했던 부유한 귀족 다시가 솔직하고 재치있는 엘리자베스와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여성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바뀌어 구애하게 되는 것이 소설 속의 일만 아니라는 것이다.
세스 로건과 캐서린 헤이글 주연의 2007년 영화 ‘사고친 후에(Knocked Up. 임신했다는 뜻의 속어)’에서 외모, 돈, 사회적 지위 등 통념상 어느 하나 짝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는 맥없고 후줄근한 실직자(로건)가 눈부신 외모의 유명 방송 여기자(헤이글)와 엮이는 것 역시 영화 속의 일만은 아니라고 뉴욕타임스는 주장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