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진단 - 청소년-부모 갈등 심각
▶ 성공에 지나친 기대, 자신들 주장만 강요 약물중독·일탈 유발
#고교 10학년인 이모군은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부모와는 대화는 꺼려한다. 이군은 부모가 자신을 인형처럼 만든다고 확신하고 있다. 사춘기가 시작된 후 ‘명문대학 입학’을 주구장창 강요하는 부모의 바람에 자신을 더 초라하게 느낀다.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이는 이군은 자신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부모와 대판 싸운 뒤 부모와 대화는 물론 전화까지 거부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김모양은 요즘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대학 4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했지만 백수생활 반년이 넘어간다. 하지만 김양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그의 부모다. 김양의 부모는 “너는 왜 번듯한 대학을 나와서 취업을 못하냐, 대체 뭐가 문제냐”고 다그쳤다. 결국 김양은 친구 집으로 ‘가출’했다.
이민 1세대 부모와 갈등을 겪는 한인 1.5~2세 자녀들이 부모와 아예 대화를 차단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인 부모들은 자녀의 감정을 무시한 채 자기 주장만 강요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아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한인 청소년 상담단체들에 따르면 부모와 갈등을 겪는 중·고등학생들이 꼽는 가장 정신적 부담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다. 이들 청소년들은 눈에 보이는 성공을 강조하는 부모의 지시를 따르다 사춘기를 겪으며 갈등하고 심할 경우 부모와 감정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다.
1.5~2세 청소년과 부모들이 겪는 가장 흔한 갈등 사례는 ▲의견충돌 ▲대화단절 ▲언어폭력 ▲부모와 자녀 간 관계단절 등이다. 더 큰 문제는 표면적 갈등 이면에 부모와 자녀 간 ‘불신과 미움’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드미션 한인기독교상담소 김화자 소장은 “자녀가 반항하고 부모와 싸울 경우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뒤일 때가 많다”며 “청소년들이 엄마 아빠랑은 말이 안 통한다고 결론 내리면 약물중독 등 일탈행동도 저지른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들이 겪는 우울증이 심각해 성장기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인 부모 특유의 무관심과 방임적 태도도 자녀와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기독교 가정상담소 염인숙 소장은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은 대부분 부모님인데 자기 입장만 이야기할 때가 많다”면서 “한인 부모들은 자녀가 어려운 점을 호소해도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겨버린다. 이런 태도는 자녀가 ‘나는 혼자’라는 생각을 갖게 해 우울증이나 일탈행동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생 등 성인이 된 자녀와 불화를 겪는 한인 부모들 속도 타들어간다. 일부 한인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대놓고 부모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 김 소장은 “자녀가 진로 선택을 놓고 전공을 바꾸거나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할 때는 부모 의견만 강요해선 절대 안 된다.
자녀의 입장에서 세상으로 나가려는 의지와 두려움을 읽고 공감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김 소장은 “요즘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너무 힘들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럴 때 부모는 남과 비교하거나 핀잔을 하지 말고 ‘너도 많이 힘들지’라고 다독여주는 모습을 보여야 좋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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