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 유치전’ 대기업 오너일가 희비 엇갈려
이번 면세점 유치전은 대기업 오너들이 나서 총력전을 펼쳤던 만큼 선정 결과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우선 대기업 총수 일가중 면세점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9일 서울 면세점 사업자 선정 기업별 프레젠테이션(PT) 장소를 방문, PT를 진행하는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사장 등에게 "특허를 따면 여러분의 덕이고, 그렇지 못하면 내 탓"이라고 말할 정도로 리더십을 발휘했던 이 사장은 흐뭇한 결과를 쥐게 됐다.
업계에선 이 사장이 국내 면세점 2위업체인 호텔신라의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을 잡는 ‘신의 한수’를 둔 게 황금티켓을 쥐게 된 결정타였다고 보고 있다.
이 사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유커(遊客) 관광객이 급감하자 지난달 29일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날아가 ‘한국 관광 유치’ 활동을 벌였다.
지난 2일에는 정 현대산업개발 회장·지방자치단체장과 함께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열어 "한국 관광객 2천만명 시대를 열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 신라호텔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머물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제주로 날아가 호텔 영업을 중지했다. 하루 3억원의 손해도 감수했다. 고객에게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했고, 이들에게 숙박비 전액을 환불, 항공권요금까지 보상했다.
이처럼 이 사장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서울 면세점 유치전이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첫 번째 시험대로 판단했기때문으로 보인다.
유치에 성공한 만큼 향후 이 사장의 경영 행보가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이번 면세점 유치전 승리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주목을 받게 됐다.
그는 지난 1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내면세점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시내면세점 진출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면세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백화점도 아이파크몰 용산점 한 곳밖에 없는 등 유통사업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사장은 "지리적 이점 외에 아직 밝힐 수 없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밝혔다.
양 사장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호텔신라’와 손을 잡는 것이었다.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 외에 다른 기업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를 파트너로 낙점하고 사업제안을 먼저 했다. 실무진에서 이야기가 오고 갔고, 이후 정 회장과 이부진 사장간 합의가 이뤄져 결국에는 면세점 유치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번에도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한데 이어 이번에도 재계 순위에 앞던 롯데·SK뿐만 아니라 유통재벌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을 제치고 미래먹거리인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전 도전을 직접 결정하고 음지에서 대폭적인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서비스 부문도 어려운 시장 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한화갤러리아는 작년 말 신규 부임한 황용득 대표를 필두로, 신성장동력인 시내면세점 출점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갤러리아는 여의도와 한강 더 나아가 서남부권의 활성화를 위해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하고, 해당 지역의 관광 인프라를 연계한 신개념의 면세점을 선보인다는 당찬 청사진을 내놓았다.
특히 이번 신규 면세점 입찰심사과정에서 짧은 기간 제주공항 면세점의 흑자 달성을 기록한 갤러리아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는 2014년 6월 오픈한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으로 사업 첫해 흑자를 달성, 국내 면세 사업자 중 최단 기간 내 수익을 달성했다.
반면 이번 유치전에서 강력한 의욕을 갖고 야심차게 많은 준비를 했지만 패배한 총수 일가는 분루를 삼켜야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우에는 그룹의 모태이자 83년 역사의 국내 1호 백화점인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하고 남대문시장 활성화에도 팔소매를 걷어부치며 그룹의 20여년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T커머스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정 부회장은 이번에는 아쉽게도 서울시내면세점 도전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영업이익 20% 사회 환원’이라는 ‘통큰 공약’을 내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옥중에서도 면세점 유치전을 적극 지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게 됐다.
독점논란을 의식해 조용히 면세사업 방어전을 펼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중국을 잘 알고 있는 점을 내세운 박성수 이랜드 회장도 이번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