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심판·미 대표 코치 등 ‘최초 여성’ 수식어 휩쓸어
▶ “한류의 원조도 태권도죠”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도복을 입고 발차기를 날리는 ‘태권도의 대모’ 김영숙 사범.
[‘태권도 퍼스트 레이디’ 김영숙 사범]
“남과 북의 태권도 통합은 통일의 첫 걸음이죠. 통일을 대비하는 남북의 문화교류에 있어서 다른 컨텐츠보다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어요”
‘태권도 퍼스트레이디’(First Lady of Taekwondo)로 불리는 김영숙 사범이 최근 LA평통 통일이야기 모음집에 ‘통일로 가는 태권도의 역할’을 기고했다. 한류의 원조,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태권도가 남과 북으로 갈려 각기 다른 태권도 연맹에 가입돼있어 통합이 절실하다는 내용이다. 한국 태권도 역사에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와 빠짐없이 등장하는 그녀는 미국에서만 36년 넘게 태권도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 시대를 향해 가는 지금, 남북 태권도 통합을 통한 평화 실현을 주창하는 그랜드마스터 김영숙(68·월드태권도장 대표) 사범을 만났다.
■ 최초의 여성 국제심판
열 살 소녀의 눈에 비친 오빠 김영삼(당시 무덕관 사범)씨의 태권도장이 한국 여성 태권도의 역사를 써내려가게 했다. 운동은커녕 여자가 어디 바지를 입느냐고 하던 시절이다. 오빠는 물론이고 온 가족의 반대에도 흰 치마를 뜯어 만든 도복 차림으로 도장을 찾은 그의 열정이 ‘금녀의 공간’이었던 한국 태권도계에 여성의 입지를 구축했다.
1970년 세계 최초의 여성전용 태권도장 개관, 1975년 이화여대 태권도부 창설, 1979년 한국여성태권도연맹 창설 등 한국 태권도계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수없이 양산해낸 김 사범은 1979년 결혼과 동시에 도미, 미시간주에 정착했다. 도미하기 전 미국, 칠레, 중국 등 8개국 대사관에서 파견 직원들과 자녀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쳤는데 1975년 당시 꼬마였던 칠레대사 아들딸을 광활한 미국 땅에서 다시 만났다는 김 사범은 “그 때도 지금도 전 세계에 태권도 한류를 전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생활을 뒤로 하고 미국에 온 김 사범은 둘째 소피아를 임신 중이던 1982년 제3회 팬암 태권도대회 미국 여성대표팀 코치로 참가했다. 이후 미국태권도연맹 여성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세계 최초 여자 국제심판이 되었다.
김 사범의 두 딸 미셸과 소피아 모두 태권도 유단자들이다. 특히 UC버클리 사범으로 활약하는 작은 딸 소피아는 태권도 정신으로 태교를 한 덕택(?)에 대를 이어 미국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냈다.
■ 한류의 원조 태권도 전도사
두 딸을 데리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김 사범은 밸리에 월드태권도장을 개관했다. 태권도 국제심판 1급 자격증을 지닌 그랜드마스터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김 사범은 “한류의 원조는 태권도이다. 1960년대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 무엇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던 한국에 세계 각지에 나가 태권도를 전파하던 사범들이 있었다. 태권도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전파했고 마스터로서 존경과 예우를 받으며 그들의 스승이 되었다”고 밝혔다.
2000년 세계 최초로 국제여성 오픈 태권도 대회를 개최했고 제1회 LA시장배 국제태권도대회를 열어 태권도 확산에 공헌해온 김 사범에게는 오랜 염원이자 태권도인으로서 과제가 있다. 대한민국이 속해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북한이 속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의 통합이다.
김 사범은 “통일시대에 앞서 두 단체의 통합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과거 통합시도가 있었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전 1980년대 WTF가 IOC의 승인을 받자 ITF는 지속적인 탄원을 제출했고 IOC는 두 단체의 통합을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WTF 김운용 총재와 ITF 최홍희 총재의 관계상 합의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사범은 “현재 세계태권도연맹의 가입국은 206개국에 달하고 국제태권도연맹은 130국에 달하니 두 단체가 통합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가 대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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